축구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체력, 전술, 기술. 축구에서 팀의 전력을 평가할 때 기본으로 보는 부분이다. 체력을 제일 먼저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간단하다. 체력이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 체력에 문제가 있었다. 김은중호가 이스라엘과 2023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월드컵 3위 결정전에서 패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체력 열세다.
한국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전형을 전체적으로 위로 올리다 보니 수비에서 허점이 생겼다. 빠른 측면 공격으로 활로를 찾고자 이지한을 선발 투입했다. 하지만 이지한의 컨디션이 기대보다 좋지 않았고, 오른쪽 측면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선제 실점했다.
실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승원의 동점골로 승부의 균형을 다시 맞췄다. 역전의 기회 속에 김은중 감독은 후반 15분 변화를 줬다. 4-2-3-1 전형을 3-4-3으로 완전히 바꿨다. 많이 지친 원톱 이영준을 빼고 배준호를 중앙으로 이동시켰다. 윙백들의 활발한 공격 가담과 교체투입한 김용학의 빠른 공격 등으로 역전을 노렸다.
전형과 전술도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 한국은 급격한 체력 저하와 함께 무너졌다. 경기 중 전형을 바꾸는 건 일종의 모험이다. 김은중호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전형 탄력도라면 충분히 승부를 던질 만하긴 했다. 하지만 팀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전형 변화는 독이 됐다. 수비에서 계속 구멍이 생겼고, 연속골을 얻어맞았다. 추격을 위해 공격을 전개했으나 힘이 떨어져 정확한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1-3 패배. 결국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하지만 박수 받아 마땅하다. 끝까지 투혼을 발휘하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실천했다. 김은중호는 대회 전 4년 전 직전 대회에 비해 전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강인 같은 슈퍼스타도 없어 4년 전 준우승 성과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뚜껑을 열자 달랐다. 프랑스와 조별리그부터 2-1 승리를 거두고 날아올랐다.
김은중 감독의 '샤프 매직'이 계속 적중했다. 조별리그를 2위로 통과한 뒤 토너먼트에서 특히 더 빛났다. 에콰도르와 16강전에서 공격적인 전술로 3-2 승리를 맛봤고, 나이지리아와 8강전에서는 인내의 축구로 '질식수비'를 펼치며 1-0으로 이겼다. 이탈리아와 준결승전(1-2 패배)과 이스라엘과 3위 결정전(1-3 패배)에서도 치밀하고 다양한 작전으로 좋은 승부를 펼쳤다.
슈퍼스타는 없었지만 수준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눈도장을 찍었다. 최전방을 홀로 지킨 이영준은 '리틀 베르캄프'라는 칭호를 얻었고, 최후방을 지킨 김준홍은 4년 전 이광연을 떠올릴 정도로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중앙 수비 파트너 김지수와 최석현도 가능성을 보여줬고, '캡틴' 이승원은 3골 4도움으로 4년 전 이강인의 기록(2골 4도움)을 능가했다. 여기에 2선 공격을 담당한 김용학고 배준호도 놀라운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로 주목 받았다.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김은중호의 4강행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김은중호는 저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걸어 큰 성과를 만들어냈다. 김은중 감독은 선수로서 1999년 대회에 참가해 무득점에 그치며 실패를 경험했다. 그리고 24년 뒤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고 후배들과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어린 태극전사들은 '원 팀'으로 하나가 되어 짜릿한 승부를 연이어 연출했다.
김은중호의 항해는 2023 U20 월드컵 4위로 마무리됐다. 김은중의 아이들은 이제 다시 출발선에 선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밝을 것으로 전망되기에 기대감이 높아진다.
[이스라엘전 전형 변화(위). 김은중 감독, 김은중호 선수들(아래). 그래픽=심재희 기자,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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