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맞아봤다"…문동주의 첫 피홈런, 최원호 감독이 꺼낸 기억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맞았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는 지난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6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2⅔이닝 동안 9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6실점(6자책)으로 부진 시즌 5패(3승)째를 기록했다.

통산 롯데를 상대로 나쁘지 않았던 문동주. 하지만 많은 관중이 들어찬 사직이 낯설었던 탓일까, 아쉬운 투구를 남겼다. 문동주는 1회부터 황성빈-전준우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1, 3루 위기를 맞았고, 잭 렉스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선취점을 허용했다. 2회 또한 2사후 유강남에게 볼넷, 박승욱에게 안타를 내준 뒤 황성빈에게 적시타를 맞아 2이닝 연속 실점을 기록했다.

이닝을 거듭해도 투구 내용은 좋아지지 않았다. 문동주는 타선의 지원 속에 3-2로 앞선 3회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렉스와 안치홍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는 등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 이어졌고, 1사 1, 2루의 위기에서 윤동희에게 3구째 150km 몸쪽 볼로 형성되는 공을 공략당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스리런포를 맞았다.

문동주는 피홈런 이후 노진혁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후속타자 유강남에게 투수 오른쪽 방면에 내야 안타를 내준 뒤 결국 이태양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문동주의 최고 구속은 159km로 측정됐으나, 전체적으로 구속은 평소에 비해 조금 떨어진 모습이었다. 그리고 커브와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경향도 짙었다.

최원호 감독은 문동주가 아쉬운 투구를 남긴 배경으로 낯선 환경을 꼽았다. 지난해 1군에 데뷔한 문동주는 전날(13일) 전까지 사직구장에서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서지 않았다. 사령탑은 "어제(13일)는 부산 마운드에서 처음 던지는 것에 대한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직구 자체의 힘이 조금 떨어지고, 제구도 잘 안됐다. (최)재훈이가 그 때문에 변화구 비중을 높였던 것 같다. 대체적으로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구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승부를 펼치려 애쓰는 모습은 고무적이었다. 최원호 맞는 것은 괜찮은 것 같다. 다만 안 좋을 때 (이닝을) 끌고가는 노하우는 조금 부족하다. 이런 것은 경험을 통해 터득해야 될 것 같다. 누상에 주자를 많이 내보내도 최소 실점을 하는 경기를 해야 되는데, 잘 던지다가 급격하게 무너지는 등 이런 것들은 아직 미숙하다"고 설명했다.

문동주는 전날(13일) 윤동희에게 맞은 홈런은 올 시즌 첫 피홈런이었다. 당시 상황을 어떻게 봤을까. 사령탑은 "3루 더그아웃에서는 잘 안보이는데, 영상을 보니 (상대가) 잘 쳤더라"며 '지금까지 피홈런이 없었다는 것을 의식이 됐을까'라는 질문에 "글쎄요. 저는 많이 맞아봐서 감이 없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최원호 감독은 지난 2002년 LG 트윈스에 몸담았던 당시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7차전 맞대결에서 9-9로 맞선 9회말 마해영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다. 이로 인해 7차례 준우승을 기록하던 삼성은 첫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LG는 준우승에 그치게 됐다.

사령탑은 "홈런을 맞지 않는 선수들은 의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어떤 느낌인지 와닿지 않는다. 한 번은 누구에게 '나는 한국시리즈에서도 홈런을 맞았다'고 말한 경험이 있다"고 자학하며 루키의 피홈런을 애써 위로했다. 이어 그는 "(상대가) 잘 치기는 잘 쳤다. 타격 기술들이 좋아지면서 요즘 타자들이 몸쪽 공을 잘 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날 아쉬움을 남겼으나, 문동주는 오는 18일 대전에서 진행되는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출격할 예정. 그리고 한화는 전날(13일) 마운드에 올랐던 정우람이 담 증세, 이태양의 경우 편도선이 부어오르는 증상으로 인해 14일 휴식을 취한다.

[한화 이글스 문동주, 롯데 자이언츠 윤동희, 한화 이글스 최원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