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4일 서울시 중구 마이데일리 사옥에서 우현진과 케이블채널 tvN 토일드라마 '구미호뎐1938'(극본 한우리 연출 강신효 조남형)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구미호뎐1938'은 1938년 혼돈의 시대에 불시착한 구미호이연(이동욱)이 연인 남지아(조보아)가 있는 현대로 돌아가기 위해 펼치는 K-판타지 액션 활극. 지난 2020년 방송된 '구미호뎐'의 시즌2 이야기다.
우현진은 극 중 낮에는 양품점 직원, 밤에는 클럽 파라다이스의 이름 없는 가수로 투잡을 뛰는 생활력 만렙의 인어 장여희 역을 맡았다. 그는 이랑(김범)과의 풋풋한 러브라인을 그리며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이날 우현진은 "현재로선 끝났다는 실감이 잘 안나기도 하고 아쉬움이 크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그때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감사했던 기록들이 새록새록 난다"며 "배우가 되고 싶어서 간절히 원했던 작품이었는데 그 작품이 '구미호뎐1938'이라 너무 감개무량하다. 너무 좋은 현장과 선배님들을 처음부터 만나 너무 감사한 기억이 커서 너무 영광"이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구미호뎐1938'은 첫 회 6.5%로 출발해 마지막 회 8.0%로 자체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에 대해 우현진은 "나도 '구미호뎐' 시즌1의 팬이다. 그 팬층이 많이 계시고 기존의 선배님들을 좋아하신 분들도 많이 계실 거라 생각한다. 그 덕에 이렇게 풍성한 스토리로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뿌듯하게 말했다.
우현진은 오디션을 통해 '구미호뎐1938'에 출연하게 됐다. 처음 받았던 오디션 대본은 승마 장면. 여희가 너무 재밌고 사랑스럽다는 생각에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차와 2차 오디션의 텀이 길어 처음엔 탈락인 것 같아 낙담했지만 수영하는 영상을 찍고 노래를 녹음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현진은 마치 마법처럼 찾아온 연락을 받고 장여희가 됐다.
"'여희를 너로 하기로 했어' 이 말을 듣고 너무 기뻤어요. 동시에 '와,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내가 잘 구현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고요. 마냥 들뜨기보다 이제 현장에 가야 하니까 처음이지만 잘 움직일 수 있게 많은 준비를 했어요. 지금부터 현장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기뻐할 틈도 없이 바빴어요. 정신을 차려야 했거든요."
장여희 말고도 탐이 났던 캐릭터가 없는지 묻자 우현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대본을 읽을 때도 그렇고 내가 하면서도 그 관심이 쏠려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캐릭터는 여희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선배님들의 캐릭터도 분명 너무 매력적이고 멋지고 강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20대의, 지금의 나로서는 여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우현진이 생각한 장여희는 햇살 같은 아이였다. 외유내강의 결정체. 반요로 경성에 살아남으면서 많은 상처와 아픔이 있었지만 낙담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이겨내고, 아프고 슬프고 힘들어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 그런 장여희의 선택들은 우현진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때문에 200살을 먹은 요괴지만 우현진은 장여희를 자신의 또래라고 생각했다.
"저와 다른 점이요? 여희가 랑이가 밀어내도 계속 들이대잖아요. 저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물러서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여희는 '옆에 있을게', '지켜줄게' 하는 게 궁금했어요. 어떤 믿음이 있길래 굳건하고 꾸준하고 듬직하게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시 한 구절을 말씀해 주셨거든요."
이에 대해 우현진은 "지금은 그 구절이 아주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나한테 굉장히 울림이 있는 지점으로 다가왔다. 사랑에 빠지는 데 있어서 대단한 이유, 결정적인 계기가 아니라 되게 한순간의 찰나에 이루어진다"며 "내가 왜 사랑에 빠졌는지 굳이 찾아내고 파헤칠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 그 시 한 구절에 장황한 설명보다 더 납득이 됐다"고 설명했다.
장여희의 감정선 말고도 우현진이 고민한 지점이 여럿 있었다. '구미호뎐1938'이 경성을 그리는 시대극이기도 한 만큼 기본적인 의상이나 헤어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했다. 사람이 아닌 인어이기에 본 적 없던 '인어공주' 애니메이션까지 찾아보고 인어에 대한 설정과 정보도 공부했다.
그는 "여희가 양품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클럽에서 노래를 하는 설정이다. 그 차이를 두고 싶었다. 대학생 같은 풋풋한 여학생과 화려한 가수로서의 모습"이라며 "화려함에만 치중하다 보면 헤어랑 메이크업이 너무 현대적이라 경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경성스럽고 여희스러움을 잃지 않게 많은 분들이 준비해 주셨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여희가 리본을 굉장히 많이 한다. 의상팀에서 준비해 주신 리본도 있었는데 아예 진짜 더 크면 여희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직접 찾아봐서 구매한 리본들"이라며 "드레스도 다 수작업이다. 의상팀이랑 원단부터 시작해서 계속 상의하고 핏을 보고 컨택을 했다"고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생애 첫 드라마이기에 연기에만 집중하고 캐릭터에만 스며들 수 있도록 현장을 빨리 익히려 신경도 써야 했다. 그렇기에 우현진은 '구락부의 불빛이 좋다'라는 여희의 대사를 상상하려 노력했다. 어떤 거리와 어떤 불빛이기에 여희가 이토록 젖어있고 인간들의 세상에 살고 싶어 하는지.
"현장에 도착하고 밤에 딱 거리를 봤는데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예쁜 거예요. 굳이 뭘 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여희가 됐던 것 같아요. 그 세트장을 만들어주신 미술팀에게 너무 감사드려요."
그 때문인지 우현진은 첫 현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점을 묻자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의 노고가 있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아름다운 키스신이라도 그 안에는 어떻게 앵글을 잡고 어떤 액션합으로 다가오고, 그 배경이 되는 CG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모든 과정에 스태프들이 담겨있다"며 "정말 현장은 많은 분들의 노고가 담겨있는, 그들의 영광이라는 생각이 컸다. 시청자가 보는 건 배우지만 배우가 보는 건 스태프라는 게 느껴졌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이어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많이 배웠다. 일을 하고 모니터링을 하고 보기만 해도 모든 것이 조언으로 다가왔다. 소연 선배님, 동욱 선배님, 황희 선배님은 부딪히는 신이 많이 없는데 그분들의 현장을 보고 싶어서 인사드리고 뵙기도 했다"며 "때로는 긴 말보다 누군가 툭 던진 말에 '아'하는 순간이 있다. 선배님들이 '지금처럼만 해, 여희야'하는 그 한마디에 너무 많은 안심과 나를 믿으면 된다는 용기가 생겼다"라고 현장에서 느낀 점을 전했다.
첫 드라마, 첫 데뷔작, 첫 작품, 첫 현장. 처음으로 가득 찬 '구미호뎐1938'은 우현진에게 그만큼 뜻깊었다. 혹시나 누를 끼치지 않을까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조심스레 이야기하지 못할 정도였다. 때문에 작은 응원이라도 더욱 크게 다가왔다. 쫑파티에서 우현진을 울컥하게 만든 건 함께하는 매니저와 촬영 스태프들의 '잘 될 거야, 잘 됐으면 좋겠어'라는 한마디였다.
"고향이 대구예요.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올 때가 있어요. 연락처가 그대로 일 줄 몰랐다고. 배우가 꿈이라고 하더니 나오더라, 너무 반가워서 연락했어, TV에서 보니까 좋더라. 응원할게. 이런 한 마디가 되게 감사했어요."
['구미호뎐1938' 장여희 역을 맡은 배우 우현진. 사진 = 킹콩by스타쉽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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