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KIA 외국인투수 아도니스 메디나(27)의 현주소다. 메디나는 21일 대전 한화전서 2이닝 2피안타 3볼넷 3실점했다. 눈 여겨 볼 건 교체 타이밍이다. 메디나는 1~2회를 타자 6명만 상대했다. 1회 리드오프 이진영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병살타를 유도했다. 단 18개의 공만 던졌다.
그러나 메디나는 3회가 되니 확 달라졌다. 선두타자 장진혁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이도윤, 정은원, 이진영에게 잇따라 볼넷을 내줬다. 이진영 타석에서 정명원 투수코치가 한 차례 마운드 방문을 했음에도 또 볼넷이 나오자 김종국 감독은 미련 없었다. 김인환 타석에서 곧바로 김유신을 투입했다.
아무리 제구가 흔들린다고 해도 1~2회를 잘 넘긴 선발투수를 3회 무사 만루에 몰렸다고 바로 빼는 일은 흔하지 않다. 누가 봐도 한 템포, 아니 두 템포는 빠른 교체였다. 바꿔 말하면 김종국 감독이 그만큼 메디나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다는 걸 방증하는 대목이다.
메디나로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 그동안 보여준 행보가 그랬다. 퀄리티스타트 3회에 피안타율은 0.283이다. 애당초 좌타자에게 약한 면모였지만,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메디나를 자신 있게 상대한다. 사실 메디나는 볼넷을 남발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유독 집중타를 잘 맞는다.
MBC 스포츠플러스 심수창 해설위원은 올 시즌 메디나의 등판 경기를 중계하다 “결정구가 없다. 좌우로 무브먼트가 있는 공을 던지지만 상하로 움직이는 공이 없다”라고 한 적이 있다. 실제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투심과 슬라이더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투심의 피안타율이 무려 0.342다. 슬라이더는 0.211로 준수하다.
포심, 체인지업, 커브도 구사할 수 있지만 많이 쓰지 않는다. 결국 타자의 헛스윙 혹은 범타를 유도할 확실한 공이 없다고 봐야 한다. 투심 평균 146.5km라면 스피드가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인 것도 아니다. 줄곧 150km을 넘을 수 있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끼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결국 이 정도의 스피드, 이 정도의 역량을 가진 투수라고 봐야 한다.
KIA는 바로 1년 전 전반기에 로니 윌리엄스를 내보냈던 기억이 있다. 선발투수 출신이 아니지만, 가능성을 믿고 영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설상가상으로 워크에식 이슈까지 있었다. 올해 메디나가 워크에식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12경기서 2승6패 평균자책점 6.05다. 10경기서 3승3패 평균자책점 5.89를 찍고 퇴단한 로니와 별반 다르지 않다.
2월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제2의 헥터 얘기가 나왔다. 헥터 노에시는 KIA의 역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외국인투수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였다. 당시 김종국 감독은 헥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정도일 줄, 로니에 가까울 줄 예상이나 했을까.
KIA는 현재 외국인선수 담당자가 해외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외국인선수 점검 차원이라고 하지만, 전격적으로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0%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젠 스탠스를 바꿔야 할 것 같다. 메디나를 교체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대로 안고 가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외국인투수가 2~3이닝 던지고 내려가는 건 전혀 매력이 없다.
[메디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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