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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100마일(시속 약 161km) 광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여럿 있다. 이들은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상대 타자를 윽박지른다. 하지만 때론 홈런을 맞고 난타도 당한다. 구위만으로 타자들을 완벽히 제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들보다 부진한 파이어볼러도 꽤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로 분류되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부상을 털고 복귀 준비에 한창이다. 약 1년 동안 실전에 나서지 못했으나 여전한 관록으로 기대치를 높인다. 여전히 공은 빠르지 않다. 100% 컨디션이 아니기에 이전보다 공은 오히려 더 느려졌다. 하지만 류현진의 느린 공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느림의 미학'을 잘 아는 선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최근 마이너리그에서 감을 끌어올렸다. 수술 후 차근차근 재활 단계를 밟았고, 복귀 직전 마지막 단계인 실전 테스트를 하고 있다. 루키리그를 거쳐 싱글A 경기에 나섰다. 최고 구속은 88.4마일(시속 약 142.3km)이 찍혔다. 시속 100마일 광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의 변화구 구속에도 못 미치는 빠르기다. 하지만 3이닝 1실점, 4이닝 무실점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느림의 미학'을 실천했다.
토론토는 전반기 내내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고전했다. 막강타선을 갖추고 있지만 투수진이 심한 기복을 보였다. 가장 강하다고 정평이 난 '공포의 알동'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간신히 3위에 랭크됐다. 자칫 잘못하면 꼴찌까지 떨어질 수도 있었으나 나름 잘 버텼다. 선두 탬파베이 레이스와 7게임 차, 2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5게임 차다. 아직 희망이 살아 있다. 후반기 대반격에 성공하면 선두권 상승이 가능하다.
가을잔치 진출을 노리는 토론토에 류현진의 복귀는 단비와 같다. 류현진이 선발진에 포함되어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면 마운드의 높이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전체적인 팀 에너지가 떨어지는 시즌 후반부에 류현진이 제 몫을 하면 투수력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순위 싸움에 매우 중요한 경기들에 경험이 많은 류현진을 활용할 수도 있다. 1년 이상 자리를 비운 왕년의 에이스가 후반기 대반격의 히든카드가 되는 셈이다.
류현진 개인에게도 현재 상황은 기회다. 어느덧 서른 중반에 접어든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더 활약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부활을 보여야 한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멋진 활약을 펼치면 1년 공백에 대한 아쉬움을 깔끔하게 씻어낼 수 있다. 토론토 팬들은 류현진이 조금씩 컨디션을 올리고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와 이전처럼 편안하게 상대 타자들을 요리하기를 바란다. 토론토 후반기 대반격의 열쇠를 류현진이 쥐고 있다.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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