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포스트 이정후 시대 준비해야 돼…7개월 앞당겨진 거야, 슬퍼할 시간이 없어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차피 포스트 이정후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키움이 올해 대권에 올인한 건 이정후의 ‘굿바이 시즌’이라는 상징성도 한 몫 했다. 올해가 아니면, 당분간 또 힘들 것이라는 현실 인식을 했다. 그런데 여러모로 지독히 안 풀리는 시즌이다. 하물며 이정후마저 이렇게 시즌 아웃되니, 허탈할 수밖에 없다.

키움은 당장 이정후 없이 어떻게 시즌을 치를까. 중심타선 구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새 외국인타자 로니 도슨이 대박 조짐을 보였지만, 이제 2경기 치렀을 뿐이다. 이형종이 시즌 내내 중심타자 몫을 못 해주면서, 여러모로 클린업트리오 구축이 여의치 않다.

그동안 홍원기 감독은 2번 김혜성-3번 이정후를 축으로 당일 컨디션, 상대 투수 등을 감안해 라인업을 짜왔다. 그러나 이제 소용없게 됐다. 안 그래도 홍원기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 타순 구축이 더 힘겹게 됐다. 김혜성과 도슨의 의존도가 높아질 조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어차피 이정후는 2024시즌부터 키움에 없는 선수다. 나중에 나이를 많이 먹고 키움으로 컴백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닐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해서 롱런하면 거기서 은퇴할 수도 있다.

키움으로선 잔여시즌을 ‘이정후 지우기’를 연습하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2024년부터 이정후 없는 야구를 어차피 해야 하니, 미리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이정후의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할 선수는 절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최대한 그에 준하는 생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 동료들과의 최적의 조합 등을 구상하고 준비할 필요는 있다.

올해 대권에 도전하는 팀이 2024시즌을 미리 준비하는 게 ‘웃픈’ 일이지만, 냉정히 볼 때 올해 전략을 전면 폐기 혹은 수정할 때가 됐다. 기적처럼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1년 내내 베스트 전력이 가동이 안 된 팀이 이정후마저 빠진 상황서 행복회로만 가동할 수 있을까.

현실을 즉시하고 미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다. 남은 시즌을 이정후 없이 살아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으면, 2024시즌 준비를 더 잘할 수 있다. 실전보다 더 좋은 점검 혹은 확인의 무대도 없다. 잔여 55경기서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5강을 노리되, 미리 포스트 이정후 시대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키움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 이정후가 없는 건 없는 것이고, 지금부터 더욱 냉정해야 한다. 그게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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