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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 ‘터널’ ‘비공식작전’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세 편 모두 평범한 인물이 뜻밖의 재난 상황을 만나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끝까지 간다’의 경찰 고건수(이선균 분)는 악질 경찰 박창민(조진웅 분)을 만나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영화 ‘터널’에서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 정수(하정우 분)는 큰 계약 건을 앞두고 들뜬 기분으로 집으로 가던 중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홀로 갇혀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에 빠진다. ‘비공식작전’의 외교관 민준(하정우 분) 역시 전쟁을 방불케하는 레바논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인질을 구출한다.
김성훈 감독의 장기 중 하나는 서스펜스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끝까지 간다’의 초반부를 떠올려보라. 건수는 어머니 입관을 앞두고 경찰서로 이동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지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교통사고와 음주단속 등 위법을 일으키며 점점 궁지로 몰린다. ‘터널’은 어떠한가. 계속 무너져 내리는 터널과 고립된 공간에 갇힌 정수 사이의 서스펜스를 다양하게 조율하는 한편으로, 씁쓸한 사회의 민낯과 부도덕한 시스템을 풍자해 호평을 받았다.
‘비공식작전’에서 서스펜스가 빛을 발하는 대목은 극 후반부 적들의 추격을 피해 탈출하는 대목이다. 민준이 오랜 기간 인질로 잡혀있다 기력이 떨어진 동료와 함께 건물 옥상 사이를 건너가고, 목숨을 걸고 건물 밑으로 내려오는 장면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한다. 뒤이어 펼쳐지는 카 체이싱 장면도 수준급이다. 할리우드 액션영화 못지않은 긴장감과 속도감이 짜릿한 쾌감을 안긴다. 쏟아지는 총탄 속에서 좁은 골목길 사이를 전속력으로 빠져나가는 액션신은 하정우, 주지훈 두 배우의 절박한 심정과 어우러져 탄성이 절로 나온다.
유머도 빼놓을 수 없다. 민준과 택시기사 판수(주지훈 분)의 티격태격 케미는 인질 구출이라는 팽팽한 긴장감에 숨통을 틔워주며 극의 밸런스를 잡는다.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췄던 하정우와 주지훈은 위급 상황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캐릭터를 과한 표정이나 몸짓 없이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무조건 인질을 구해내겠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믿음과 사명감이 불러 일으키는 휴머니즘의 감동도 저릿하게 다가온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위기에 빠진 사람은 구해야한다는 것. 김성훈 감독의 메시지다.
[사진 = NEW]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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