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임기영만 있는 게 아니다.
KIA의 올 시즌 불펜 에이스는 단연 잠수함 임기영(30)이다. 5선발 경쟁서 까마득한 후배 윤영철(19)에게 자리를 내주고 롱릴리프로 출발했다. 그러나 점점 중요한 순간에 중용되더니 언젠가부터 셋업맨으로 변신했다.
전반기 중반부터 최지민과 함께 가장 중요한 시점을 책임지는 불펜이 됐다. 마무리 정해영이 기복이 있고, 2군에도 다녀왔지만 KIA 불펜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건 임기영의 지분이 크다. 각 큰 체인지업을 장착한 변화가 주효했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2년차 최지민이 다소 기복이 있다. 최지민은 8월 들어 1점도 내주지 않으며 페이스를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반기의 페이스와 차이가 있다. 이 몫을 임기영이 전부 떠안는 건 불가능하다. 이미 리그 순수 불펜 최다이닝을 기록 중이다.
그래서 KIA로선 ‘부활 모드’를 보이는 우완 전상현(27)이 반갑다. 전상현은 올 시즌 43경기서 1승1패1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2.45다. 전임감독 시절 ‘박전문’의 일원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어깨 및 팔꿈치에 크고 작은 부상과 공백기가 있었다. 그래도 2022시즌 50경기서 5승5패2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3.30으로 괜찮았다.
올 시즌 성적이 더 좋다. 아직 남은 경기가 많지만, 3년만에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칠 수도 있다. 전반기만 해도 작년 각종 잔부상의 여파가 있었다. 5월 말에는 1군에서 제외돼 재조정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기온이 오르면서 페이스도 함께 올랐다. 6월 7경기서 평균자책점 1.50, 7월 10경기서 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1.93, 8월 5경기서 1홀드 평균자책점 제로. 후반기에는 9경기서 1홀드 평균자책점 1.00.
점점 중요한 시점에 중용된다. 마무리 정해영으로 가는 마지막 배턴은 임기영과 최지민이 쥐고 있었지만, 이젠 전상현이 슬그머니 분담하는 모양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다. 선발진이 전반기 막판부터 균열이 생기면서 임기영, 최지민, 이준영 등의 부담이 컸다. 에너지 소모가 큰 시점에서 전상현의 부활이 KIA로선 참 반갑다. 전상현도 예년에 비해 집중 기용되는 상황이 아니어서 컨디션 관리가 어렵지 않을 듯하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패스트볼 평균 142.4km로 작년 143.1km보다 떨어지긴 했다. 그러나 익스텐션이 길어 타자들이 갖는 체감 위력은 더욱 큰 편이다. 지난 6월 말에 만났던 그도 이 장점만큼은 지키려고 한다고 했다. 타자 방향으로 최대한 몸을 끌고 나와 투구하는 게 맞는 유형이다.
다만, 전상현은 당시 예전의 폼을 많이 찾아보며 감각을 되살리려고 하지만, 맹목적으로 예전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했다. 과거와 지금의 몸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이다. 7~8월 맹활약은 자신의 몸에 맞는 리듬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페이스가 좋을 수 없다.
본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비중이 높은데, 올 시즌에는 패스트볼 비율을 조금 줄이고 슬라이더 비중은 더 높였다. 커브 비율이 2.7%서 4.8%로 올랐으나 큰 의미를 두긴 어려울 듯하다. 불펜투수는 자신만의 확실한 무기로 승부해야 한다. 전상현이 지친 KIA 불펜에 큰 힘이 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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