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영화 '잠'으로 복귀하는 정유미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러브스토리"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이건 광기가 아니에요."
영화 '잠'에서 미친 존재감을 자랑한 덕에 이른바 '맑은 눈의 광인'이란 호칭이 붙은 배우 정유미의 말이다.
22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정유미는 "반응을 보고 놀랐다. '더 미쳤어야 하는 게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광기 어리다고 하는데 그 정도는 광기 아니다. 많이 부족했단 생각"이라고 밝혔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2017) 연출부에 몸담았던 유재선 감독이 처음 내보이는 장편이다. 제1장, 제2장, 제3장으로 나뉘어 펼쳐지는 영화는 일상의 소재인 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렘수면행동장애를 다루지만 환자가 아닌 그와 가장 친밀한 가족을 전면에 내세운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으며 제56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도 초대 받았다.
정유미는 수진으로서 그야말로 끝장을 본다. 평범한 아내가 극한의 상황에 밀어 넣어지면서 변모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세 차례 합 맞춘 배우 이선균과 부부 호흡은 말할 것도 없고 모성애 연기도 진득하게 소화한다.
"처음에 각본이 후루룩 읽혔다"고 한 정유미는 "간결해서 좋았고 재밌게 느껴졌다"며 수진이 된 이유를 짚었다.
'잠'은 장르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드라마를 이리저리 넘나든다. 정유미는 "스릴러의 외피를 두른 러브스토리"라면서 "한 부부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나간다"고 설명했다.
"생각을 별로 안 하고 갔다. 한없이 해석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분산되는 것 같더라. 감독님의 머리속에 있는 걸 표현해내고 싶었다"고 털어놓은 정유미였다.
수진은 현수의 기행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자 무속인을 부르고 심지어 부적에 집착하는 데 이른다. 정유미는 "부적을 처음 봤을 때 너무 놀랐다.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 싶었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부산행'(2016), '82년생 김지영'(2019)에 이어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관객을 찾는 정유미는 임신부 연기가 "하면서 느는 것 같다"며 "주어진 상황이 다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부산행'에선 좀비 떼를 피해 생존해야 했다. 만삭인데 어떻게 뛸 수 있냐고 하던데 어쩌냐. 살아야 하잖냐. '82년생 김지영' 땐 좀 더 큰 아기를 키우는 역할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다"라고 전했다.
'잠'에선 유재선 감독의 조언이 도움됐다며 "해보지 않았는데도 알더라"라고 웃었다.
영화 '사랑니'(2005)에서 출발해 19년 차가 된 정유미는 "무너져내리고 힘들 때도 있는데 가야한다"며 "별일만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4년 만의 영화계 복귀 소감을 남겼다.
'잠'은 오는 9월 6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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