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그는 '슈퍼스타'가 아니다. 한국에서 증명을 해야 하는 '도전자'다.
그런데 그의 행보를 보면 슈퍼스타 놀이에 빠져있는 듯하다. 한국 대표팀 감독이 한국에 머무는 것을 거부하면서, 외국으로 가 해리 케인이 어떻고, 리오넬 메시가 어떻고, 열심이다.
그의 모습은 슈퍼스타의 유명세를 과시하려는 욕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한국을 떠나 열심히 케인과 메시의 행보를 분석해서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 물어보고 싶다. 슈퍼스타로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 추첨식도 가줘야 모양새가 사는 법.
슈퍼스타. 맞다. 선수로서 슈퍼스타인 거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감독으로는? 아니다. 감독으로서 경쟁력을 증명한 적이 있나?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뒷말만 무성했다. 독일 대표팀의 전설이 이름을 걸고 비판을 한 감독이었다. 감독 클린스만의 커리어에 찬사를 던지는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왜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는가? '주류'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세계적 명장은 한국으로 오지 않는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면 유럽에 있겠지. 아니면 세계 정상급 대표팀이나.
대한축구협회가 사우디아라비아급 연봉을 제시할 능력도 없다. 돈으로 유혹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2010년 이후 유럽 출신 감독들이 한국을 온다는 건, 유럽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고, 몇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는 것이고, 한국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이 그랬다. 연이은 실패로 하락세를 겪다, 한국 대표팀에서 월드컵 16강 성과를 얻으며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다.
클린스만 감독도 마찬가지다. 도전자 입장이다. 한국에서 감독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주류에서 밀려난 그가 슈퍼스타의 마인드로 한국 축구를 아래로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발 현실을 직시하시라.
최대한 열심히 해서 부활해야 하는, 간절한 상황이다. 모든 것을 걸어도 될까 말까인데, 개인 일정에, 유명세 과시에 더 힘을 쏟아붓고 있는 형국이니 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최근 커진 비대면 논란. 이 역시 전형적인 슈퍼스타 마인드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 축구 초유의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그가 내놓은 답변. 한국 축구 팬들을 더욱 깊은 절벽으로 밀었다.
한국에 상주하겠다는 약속을 깨뜨렸다.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 체크는 코치들이 한다는 규칙도 스스로 깼다.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신뢰를 깼다.
그러면서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서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직접 가는 방법도 있지만 가지 않더라도 각국에 있는 코칭 스태프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 중이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즉 앞으로도 계속 약속을 깰 거라는 예고다. 앞으로도 규칙을 깰 거라는 경고다.
그리고 말과 행동에 오류가 있다. 경기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굳이 손흥민 경기도 갈 필요가 없었다. 김지수를 만날 필요도 없었다. 즉 선수들을 체크하기 위해 유럽까지 갈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일은 이미 해외에 상주하는 코치들이 하는 일이었고.
자신의 개인 일정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을 간 김에 손흥민과 김지수를 체크했다고 생색내는 것, 자신의 해외 체류에 어떻게라도 명분을 만들려고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A매치가 열리지 않는 이상 한국에 올 필요도 없다. 설마 그가 그리는 빅피쳐인가.
만약 한국에 왔을 때도 K리그 및 축구 현장에 갈 필요도 없다. 대면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예전과 다른 세상인데 무엇 하러 힘들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나. 책상에 앉아 전달받은 서류와 영상만 검토하면 될 일을.
이건 감독의 역할이 아니다. 고문이나 자문위원이 할 일이다. 부업으로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거다. 지금 한국 대표팀 감독이 부업을 더 열심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상이 달라져도, 시스템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건 있다. 대면 소통, 직접 보고, 듣고, 말하며 느끼는 감정, 현장의 분위기 등은 문서와 영상으로 전달될 수 없다. 또 문서와 영상으로 왜곡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를 제외한 '모든' 대표팀 감독들은 현장을 찾는 것이다.
특히 대표팀의 기초를 쌓는 K리그 선수들을 직접 보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끈끈하고 단단한 팀을 만들 수 있겠는가. 문서와 휴대폰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의 비대면 마인드는 초유의 온라인 기자회견을 넘어 이제 초유의 대표팀 감독이 없는 명단 발표를 등장시킬 기세다. 클린스만 감독은 9월 A매치가 열리는 유럽으로 바로 합류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대표팀 명단 발표는 누가 하는가. 명단에 대한 생각과 방향성은 누가 설명하는가. 또 온라인으로?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어떻게 대표팀 명단 발표 자리에 대표팀 감독이 없는 희한한 세상을 만드는가.
슈퍼스타 출신이라고 해서 예전 모두가 떠받치던 세상을 이어가려 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슈퍼스타가 아니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며 겸손하게 증명해야 할 자리다.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가 그렇다. 언제나 세계 무대에서 도전자 입장이다.
한국 축구 팬들은 슈퍼스타를 원하는 게 아니다. 한국 대표팀을 사랑하고, 한국 축구에 애정을 가진 감독을 원한다.
국제대회의 성과, 수준 높은 경기력만 원하는 게 아니라, 경기력 외적인 한국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녹아드는 모습도 바란다.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 아니다. 한국에 대한 예의다. 외국에 진출하는 모든 감독과 선수들이 다 그렇게 한다. 그 나라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성공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금 클린스만 감독은 성공의 필수조건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믿음을 줄 수 있겠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가 있다. 한국에 상주하는 시간이 길어야 한다는 것이다. 길면 길수록 더욱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 팬들이 기어코 한국에 머물러 달라고 하는 이유를 알겠는가.
마지막으로 K리거를 직접 살피지 않는다는 질문에 클린스만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가능한 한 K리그의 많은 경기를 지켜봤다. 또한 K리그 뿐만 아니라 U리그와 고등리그 오산고 경기도 봤다. 연령별 대표팀도 지켜보면서 한국 축구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으며 대표팀 풀에 누구를 넣을지 파악하고 있다."
얼마나 많이 봤을까.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3월 한국 대표팀에 부임 한 후 직접 관전한 경기를 소개한다. 부임 5개월 동안 총 16경기.
참고로 K리그1은 27라운드까지 진행됐다.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하면 리그 소식도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K리그2는 25라운드를 지나고 있다.
*연령별 대표팀(2경기)
-05. 03 U-20 대표팀 vs 부천 FC 1995
-05. 04 U-20 대표팀 vs 성균관대
*K리그 주니어 (1경기)
-06. 24 FC 서울 U-18 vs 전남 드레곤즈 U-18
*U리그 (1경기)
-06. 23 한양대 vs 상지대
*K리그2(1경기)
-05. 03 안산 그리너스 vs 김천 상무
*K리그1(10경기)
-03. 12 FC 서울 vs 울산 현대
-03. 19 대구 FC vs 전북 현대
-04. 01 인천 유나이티드 vs 대구 FC
-04. 26 전북 현대 vs 대전 하나시티즌
-04. 29 수원 FC vs FC 서울
-04. 30 포항 스틸러스 vs 인천 유나이티드
-05. 05 FC 서울 vs 전북 현대
-06. 03 전북 현대 vs 울산 현대
-06. 10 울산 현대 vs 제주 유나이티드
-06. 24 수원 삼성 vs FC 서울
*팀 K리그 (1경기)
-07. 27 팀 K리그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 = 대한축구협회]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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