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정찬성, 할로웨이 벽 못 넘고 패배
UFC 챔피언 꿈 접고 은퇴 선언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거의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 큰 펀치를 허용하며 다리가 풀렸고, 그대로 래프리 스톱이 선언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며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빠르게 그라운드 하위포지션으로 전환했고, 초크 기술을 버텨내며 다시 기회를 엿봤다. 위기를 넘기며 새로운 라운드를 맞이하자 거세게 공격을 시도했다. 대미지를 입고 체력도 떨어진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카운터를 맞고 쓰러졌다. 그렇게 '코리안 좀비' 정찬성(36)은 마지막을 하얗게 불태웠다.
정찬성이 결국 UFC 챔피언 꿈을 접었다. 27일(한국 시각) 싱가포르 인도어스타디움에서 치른 UFC 파이트 나이트 메인이벤트에서 UFC 페더급 1위 맥스 할로웨이에 진 뒤 은퇴를 선언했다. "그만하겠다. 저는 챔피언을 목표로 했던 선수다. 상위 랭커에게 이기지 못했기에 냉정하게 그만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하며 팬들에게 큰절을 했다.
UFC 최고의 명승부 제조기로 명성을 떨쳤다. UFC 옥타곤에 올라 7승 5패의 성적을 남겼다. 두 번 타이틀매치를 치렀고, UFC 페더급 랭킹 3위까지 올랐다. 경기 시작 7초 만에 KO승을 따낸 적이 있고, UFC 역사상 최초로 트위스터 기술로 경기를 끝내기도 했다. 혈전 끝에 믿기 힘든 버저비터 KO패를 당하기도 했다. 이길 때나 질 때나 언제나 화끈한 '좀비 파이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2011년 UFC 무대에 입성한 정찬성은 곧바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UFC 페더급 상위권에 안착하며 2013년 '폭군 챔피언' 조제 알도에게 도전했다. 경기 도중 부상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군 복무에 발목을 잡혔다. 3년 이상 공백기를 가졌다. 전성기에 접어드는 시점에 군 복무로 오랫동안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2017년 다시 돌아왔다. 공식 랭킹에서 빠진 상태로 재기전에 나섰다. 당시 UFC 랭킹 9위 데니스 버뮤데즈와 격돌했다. 객관적 전력과 최근 기세 등 모든 면에서 절대 열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코리안 좀비'의 저력은 살아 있었다. 정찬성은 패배 예상을 비웃듯 완벽한 1라운드 KO승을 거두고 부활에 성공했다. 이후 톱 랭커들과 명승부를 잇따라 펼쳤고, 지난해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에게 도전해 패배의 쓴 잔을 들었다.
은퇴의 기로에서 다시 일어섰다. UFC 페더급 전 챔피언이자 현 랭킹 1위 맥스 할로웨이와 경기가 잡혀 투지를 불태웠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으나 항상 그랬던 것처럼 상대를 철저하게 분석하며 '명승부'를 준비했다. 할로웨이의 연타 능력이 출중하지만, 특유의 '좀비 스타일'로 빈틈을 파고들 수 있다고 믿었다. 객관적 전력 열세 예상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화끈한 경기를 펼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할로웨이와 경기에서도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줬다. 경기 초반부터 물러서지 않고 날카로운 타격을 펼쳐 할로웨이의 전진을 막았다. 2라운드에서는 놀라운 회복력과 방어력으로 패배 수렁에서 직접 빠져 나와 '코리안 좀비'의 저력을 또 증명했다. UFC 옥타곤 마지막 순간이 된 3라운드에서는 도박에 가까운 난타전을 시도했다. 큰 대미지를 입은 상태에서 할로웨이를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한방에 모든 것을 걸고 주먹을 맞댔다. 비록 패배로 끝났으나 지친 육체를 지배한 정신 무장으로 '코좀 투혼'을 불태웠다.
지금까지 UFC에서 이 정도로 인정받은 한국 선수는 없었다. '코리안 좀비'라는 별명과 캐릭터를 얻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2번 싸워 7번 이기고 5번 졌다. 매 경기 팬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항상 열심히 준비하고 화끈하게 싸웠기에 팬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도 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UFC 챔피언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했으나 UFC 옥타곤에 '명승부 제조기'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아로새겼다.
◆ 정찬성 UFC 경기 결과
vs 레너드 가르시아 : 2라운드 4분59초 서브미션승
vs 마크 호미닉 : 1라운드 7초 KO승
vs 더스틴 포이리에 : 4라운드 1분7초 서브미션승
vs 조제 알도 : 4라운드 2분 KO패
vs 데니스 버뮤데즈 : 1라운드 2분49초 KO승
vs 야이르 로드리게스 : 5라운드 4분59초 KO패
vs 헤나투 모이카노 : 1라운드 58초 KO승
vs 프랭키 에드가 : 1라운드 3분18초 KO승
vs 브라이언 오르테가 : 판정패
vs 댄 이게 : 판정승
vs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 4라운드 45초 KO패
vs 맥스 할로웨이 : 3라운드 23초 KO패
[정찬성. 그래픽=심재희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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