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어렵다.
대한축구협회는 28일, 9월 친선 A매치에 나설 축구대표팀 25명 명단을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내달 4일 영국으로 떠나 8일에 카디프에서 웨일스전, 13일에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치른다.
이전 명단과 비교해 변화가 크다. 미드필더 이강인(PSG)이 제외됐다. 미국 자택에 있는 클린스만 감독은 축구협회 보도자료를 통해 “이강인의 부상으로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겨 곤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계획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 이강인이 조속히 회복되어 소속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아시안게임에도 정상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강인을 발탁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육성이 아닌 텍스트로 입장을 전달했다. 이강인이 부상을 당한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부상인지, 이강인을 대체할 선수는 누구인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뛸 수 있는 상황인지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반면, 또 다른 부상자 조규성(미트윌란)과 황희찬(울버햄튼)은 대표팀 명단에 들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행히 조규성과 황희찬의 경우 소속팀과 계속 소통하면서 이번 소집 합류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글로 전했다. 마찬가지로 이들이 어느 정도 컨디션인지 물을 수 없었다.
첫 발탁 선수도 3명이나 된다. 김준홍(김천 상무), 김지수(브렌트포드), 이순민(광주FC)이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 부름을 받았다. 김준홍과 김지수는 지난 5~6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 출전해 4강을 이끈 주역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김준홍 골키퍼는 8월 초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파주 소집 훈련 때 쾨프케 골키퍼 코치가 직접 기량을 확인하고 선발했다. 김지수는 내가 직접 만나 확인했다. 이 두 선수는 당장 즉시 전력감이라기보다 앞으로 대표팀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발탁했다. 이순민은 K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다. 새로운 선수들의 발탁은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클린스만 감독은 ‘미리 나올 질문’을 예상해 답변했고,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감독의 말을 한글로 변환해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추가 질문은 할 수도 없으며, 그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도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의 축구 철학과 비전 제시도 들을 수 없다.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해명을 바라는 건 사치다.
하필 9월 A매치가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 열린다. 클린스만 감독의 목소리를 국내에서 들으려면 10월 A매치까지 기다려야 한다. 10월에는 튀니지, 베트남과의 A매치가 예정되어 있다. 내년 1월 아시안컵 출전까지 4개월가량 남은 시점. 클린스만 감독의 그림자도 보기 힘들다.
#축구국가대표팀 9월 유럽 원정 친선경기 소집명단(25명)
GK: 김승규(알샤밥), 조현우(울산현대), 김준홍(김천상무)
DF: 김영권, 정승현, 설영우(이상 울산현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기제(수원삼성), 김주성(FC서울), 강상우(베이징 궈안), 김지수(브렌트포드)
MF: 손흥민(토트넘), 문선민, 안현범(이상 전북현대), 박용우(알아인), 양현준(셀틱), 이동경(울산현대), 이재성(마인츠), 홍현석(KAA헨트), 황인범(올림피아코스), 황희찬(울버햄튼), 이순민(광주FC)
FW: 오현규(셀틱), 조규성(미트윌란), 황의조(노팅엄 포레스트)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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