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쩌다 보니 강제 유격수 오디션이다.
KIA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12일 대구 삼성전 5회초에 유격수 땅볼을 치고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왼쪽 네 번째 손가락 인대를 다쳤다. 결국 3주 진단을 받았다. 박찬호는 1군에서 말소되지 않고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기용될 전망이다.
박찬호가 당분간 주전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자연스럽게 김도영이 3유간을 맡았다. 13일 광주 롯데전서 곧바로 리드오프와 유격수 역할을 이어받았다. 그동안 김도영은 2번 3루수를 맡았으나 박찬호 역할을 대체한다.
김도영은 타석에서 2타수 무안타에 1볼넷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별 다른 실수는 없었다. 김종국 감독은 박찬호의 정상 복귀까지 약 3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실적으로 그동안 김도영이 3루수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규성도 있지만, 타격을 볼 때 김도영이 박찬호 몫을 메우는 게 맞다.
어쩌면 김도영에겐 갑자기 성사된 유격수 오디션이다. 그동안 김도영이 유격수로 전혀 나가지 않았던 건 아니다. 2022시즌 초반에도 박찬호가 잔부상으로 잠시 결장하자 김도영이 유격수로 뛰기도 했다. 이후에도 3루를 베이스로 하다 간혹 유격수 백업을 봤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3주 연속 유격수로 나간 적은 없었다.
대부분 사람이 알 듯 김도영은 본래 유격수다. 고교 시절 공수주 겸장 유격수로 이름을 드날리며 ‘제2의 이종범’이란 별명을 얻었다. LG 이종범 1루코치도 일본에 진출하기 전, 1990년대에는 유격수로 뛰며 리그를 평정했다. 야구천재의 최절정기였다.
김도영은 유격수에서 미친 운동능력, 즉 파워와 스피드를 고루 과시하며 광주를 넘어 전국을 흔들었다. 그러나 프로에선 박찬호의 벽에 막혀 유격수를 볼 수 없었다. 실제 박찬호의 3유간 수비력이 김도영의 3유간 수비력보다 낫다는 게 김종국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결론이었다. 더구나 3루에는 마땅한 대형 주전감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김도영이 유격수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외부에서 꾸준히 나온다. 김 감독도 알고 있다. 그 정도의 잠재력과 운동능력이라면 유격수 기용 플랜을 구단에서 세우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박찬호 역시 소중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2루에는 여전히 김선빈이 있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 김선빈이 KIA를 떠난다면 내년이라도 유격수 김도영-2루수 박찬호 체제를 꾸릴 수 있다.
하지만, 김선빈은 KIA에 꼭 필요한 선수다. 수비범위는 줄어들어도 타격에선 여전히 리그 최상위 클래스다. 막상 김선빈이 빠진 기간에 KIA 중앙내야가 흔들리면서 존재감을 실감하게 했다. 때문에 당분간 KIA 중앙내야는 박찬호-김선빈 체제로 가는 게 마침맞다.
단, 세월은 흘러가고 미래도 대비해야 하는 차원에서 김도영의 유격수 기용도 충분히 의미 있다. 박찬호도 FA 자격 요건이 다가오고 있다. 내야의 다음세대를 준비한다면 김도영 유격수 플랜을 접을 수 없다.
순위다툼의 클라이맥스다. 박찬호 공백은 이미 13일 경기서 여실히 느껴졌다. 그러나 어쨌든 3주간 주전으로 쓸 수 없다. 무리하게 복귀시켜도 안 된다. 오히려 김도영의 진정한 역량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도영이 이 부담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고 공수에서 제 몫을 한다면, KIA는 중요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도 있다. 김도영에겐 그럴 만한 재능과 잠재력이 충분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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