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노한빈 기자] 영화 '거미집'이 70년대 처절한 영화판을 담은, 지독한 우화로 추석 극장가를 찾아온다.
14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거미집'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상영 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는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장영남이 참석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의 김지운 감독 신작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첫선 보인 바 있다.
먼저 김지운 감독은 "개인적으로 60~70년대 한국 영화 감독의 느낌을 좋아한다. 예술가들의 초상 같은 느낌을 김 감독(송강호)에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의 위축과 위기가 왔을 때 많은 영화인이 영화를 다시 재정립한 기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해야 제2의, 제3의 르네상스를 맞을 수 있을까, 새로운 영화는 무엇일까 고민했다. '거미집'을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70년대는 검열 제도도 있었고 문화 전반 침체기였다. 당시 이만희, 김기영, 김수용 감독 등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을 돌파하고 꿈을 키워갔는지 고민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는 "김 감독이 처음 만들어놓은 것은 현모양처였다"며 "'김 감독은 더 강렬한 이야기를 못 만든다'고 해서 편집하고 좀 더 적극적이고 투쟁적이고 여성의 욕망을 강렬하게 그리는 영화로 바꾸면서 영화 속 거미집이 됐다. 영화가 치정 멜로에서 스릴러 호러로 변화해가는 데 구태연하고 뻔한 것들을 뒤집는다. 새로운 인물상, 영화적 비전과 세계 다시 말하면 자기의 뒤집어내고 뭔가 거기서 탈피하고 싶은 욕망으로 '거미집'이라는 영화 속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을 설명했다.
더불어 "잘 되면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을 장편으로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 들었다"고 고백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을 언급한 김지운 감독은 "수없이 마주하는 난관과 역경을 어떻게 돌파하는지 이야기 했다"며 "오래 전부터 앙상블 코미디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조용한 가족' 때도 생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새로운, 독특한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니크하고 색다른 영화다"고 얘기하기도.
송강호는 "김 감독의 개인적인 욕심, 야망으로 배우들을 다시 불러서 촬영에 들어가는데 바꾸고 싶었던 결말 자체도 김 감독 입장에서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장면"이라면서 "김 감독의 욕망 때문에 모이게 되고 좌충우돌을 겪고 수많은 과정을 거치면서 결말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각자 영화 속 영화배우들도 각자 개인의 작은 욕망들이 얽히고 이 모든 것들이 사실 욕망의 카르텔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지독한 우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영화 속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도, 제일 마지막 표정도 사실 정답이 없는 것"이라면서 "보는 사람에 따라 결말에 흡족한 표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아쉬운 앞으로의 도전에 대한 김 감독(송강호)의 표정일 수도 있다.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고, 볼 때마다의 느낌도 달랐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 봐 달라는 말은 할 수 없지만 저는 볼 때마다 달라보였다"며 "지독한 메타포가 가득한 영화고 그래서 느낌도 각자 다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운 감독은 극 중 '고생해서 찍어야 영화에 잘 담긴다'는 대사에 대해 "영화 속 김 감독이 하는 얘기들이 실제로 제가 하던 얘기와 비슷한 게 몇 개 있다"며 "실제로 현장에서 느낀 것을 김 감독을 통해 얘기한 것 같기도 하다. 저도 '놈놈놈'까지는 시나리오가 가혹하다고 할 정도로 되게 빡세게, 혹독한 고생을 시키는 감독으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질량 총량의 법칙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며 "경험상으로 힘들고 어렵게 찍은 것들이 그 에너지가 온전히 화면에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 안에 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최근에 '반칙왕',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을 리마스터링 하면서 다시 봤다. '그 때는 정말 집요했구나', '혹독하게 영화를 찍었구나' 느꼈다"고 돌이켰다.
또 김지운 감독은 "오랜만에 본 영화를 통해서 그때 느낀 감정, 영화에서 쏟아낸 에너지가 떠올랐다"며 "김 감독을 통해 얘기했다. 오정세 씨와 하는 대화 중에 '나만 좋으려고 하는 것이냐'는 대사가 있다. 배우도 '진짜로 연기로 했을 때 큰 스크린에서 창피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한다. 혹독한 연기 디렉션을 주면서 배우들에게, 제 마음 속에서 떠올렸던 대사다"고 털어놨다.
"'놈놈놈' 때 폭파 신이 있었다"는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과하게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하고 나서 불씨가 남으면 안 되니까 다들 뛰어가서 불을 끄는데 나만 뛰어가면서 '다 잘 찍혔지?'라고 촬영 감독에게 말했다. 광기인가 싶었다. 정말 치열하게, 집요하게, 열정적으로, 미친듯이, 누가 보면 광기라고 느낄 정도로 찍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어렵게 찍을수록 서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모를 수도 있지만 제가 알게 되지 않냐. 영화적 믿음이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임수정은 영화 속 영화 '거미집' 대본이 변한 것에 대해 "순종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욕망에 충실한 여성으로 변한다"며 "바뀌었다고 투덜대긴 했지만 이민자는 새로 바뀐 결말을 연기할 때 더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여빈은 "스태프 역할로 연기할 수 있는 기회였다. 관객 중 한 명으로서 현장을 누볐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신미도 역할에 대해 "'거미집'이라는 영화에 촉매제가 되는 인물이다. 김 감독의 열정을 이어받아 더 업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라이징 스타 한유림 역으로 1970년대 말투를 연기해야 했던 정수정은 "클립을 찾아보면서 레퍼런스를 찾았다. 모두가 그렇게 연기하니까 자연스럽게 됐다"고 했다.
한편 '거미집'은 오는 27일 전국 개봉한다.
노한빈 기자 beanhana@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