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KIA로선 허탈한 하루다.
투구 및 재활 이론에 해박한 한화 최원호 감독은 올 시즌 광주 원정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현대야구에서 피네스피처가 살아남는 게 점점 쉽지 않다”라고 했다. 타자들의 타격 기술과 파워가 좋아지면서 타이밍 싸움, 유인구 혹은 보더라인 공략 등으로 약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도 파워피처와 피네스피처 모두 있지만, 160km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갈수록 각광받고 많은 돈을 벌며 좋은 대우를 받는다. 아무리 커맨드가 정교해도 매일, 매 이닝, 매 타자를 상대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실점을 최소화하지만 최근 홈런을 꼬박꼬박 맞는다.
반대로 빠른 공 투수들은 제구가 조금 안 되고 가운데로 몰려도 일단 공 자체에 힘이 있으니 약한 타구나 헛스윙을 이끌어내기 쉽다. KBO리그만 해도 투수들의 위력이 극대화되는 포스트시즌에는 빠른 공을 가진 외국인 1~2선발을 보유한 팀이 유리했다. 역사가 말해준다.
그래서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파워피처 영입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는 모두 실패로 판명 났다. 결국 작년 후반기에 안정적인 행보를 보인 왼손 피네스 피처 토마스 파노니를 다시 불러들였다. 21일 대전 한화전 구원 등판으로 돌아올 마리오 산체스도 파워피처는 아니다.
KIA 선발진은 이닝 소화력이 부족한 단점도 있지만, 이의리를 제외하면 파워피처가 한 명도 없는 특성도 있다. 이게 약점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다만, 시즌 막판, 한 경기 한 경기가 한국시리즈와도 같은 흐름에서 파워피처가 한 경기를 잡아주고 못하고의 차이는 은근히 크다.
KIA는 9연승 이후 3승6패로 하락세다. 타선의 사이클이 내려오면서 그동안 티 나지 않던 약점들이 부각된다. 불펜의 과부하에 나성범과 박찬호의 부상이 대표적이다. 사실 불펜의 고민은 선발진의 이닝소화력이 부족한 부분에서 비롯됐다. 이의리는 파워피처지만 볼넷 이슈에 최근엔 건강 이슈도 있다. 나머지 양현종, 윤영철, 파노니, 산체스 모두 피네스 피처들.
실질적으로 파노니가 가장 안정적인 행보인데, 공교롭게도 주 2회 등판한 이번주에 모두 부진했다. 12일 대구 삼성전서 5⅓이닝 6피안타 4탈삼진 4사사구 7실점했다. 17일 광주 두산전서도 5이닝 8피안타(2피홈런) 1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결국 팀의 4연패를 끊지 못했고, 5위 혹은 6위 추락 가능성까지 생겼다. 2경기 평균자책점 9.58.
반면 두산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는 6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삼진 5개를 잡으며 3실점으로 막았다. 컨디션이 완벽해 보이지 않았고, KIA 타자들도 꽤 공략했으나 패스트볼 최고 154km는 역시 알고도 치기 어려웠다. 평균구속이 152km였다.
올 시즌 알칸타라는 13승이지만, 세부기록은 더 단단하다. 포크볼이 무적이라는 평가인데, 알고 보면 기본적으로 구위로 타자들을 압도한다. 그 덕분에 안타를 좀 맞아도 6이닝을 거뜬히 먹는다. 올 시즌 알칸타라는 27경기서 퀄리티스타트를 21차례 달성했다.
KIA는 운명의 8연전에 돌입했다. 시작부터 무겁게 4연패다. 이럴 때 스피드로 압도하는 외국인에이스가 있다면 어땠을까. 의미 없는 상상이긴 하지만, 포스트시즌서 상대할 수 있는 두산도, 절대 에이스 에릭 페디의 NC도 파워피처의 힘을 앞세울 수 있는 팀들이다.
KIA로선 결정적 시기에 파노니의 부진이 뼈 아프다. 사실 이 부진을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지난 10경기서 평균자책점 3.65로 너무 잘 해왔다. 한번쯤 얻어맞을 시기도 됐는데 하필이면 가장 중요한 시기다. KIA로선 허탈하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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