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백승호, 쿠웨이트전 프리킥골 작렬
주장 완장 차고 9-0 대승 견인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축구에서 간혹 시간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뭔가상상했던 그림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날 때 무릎을 탁 치며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슬로 비디오를 경험하게 된다. 결정적인 때 시간이 아주 잠시 정지되는 것 같기도 하다. 신기하다. 축구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순간이다. 물론 축구를 직접할 때도 그런 느낌이 딱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황선홍호의 '캡틴백' 백승호(26·전북 현대)가 그런 경험을 했을 것 같다. 2022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 조별리그 E조 1차전 쿠웨이트와 경기에서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작렬했다. 전반 44분 페널티박스 뒤 왼쪽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추가골로 연결했다.
사실상 쐐기포를 터뜨렸다. 2-0에서 더 달아나는 득점을 뽑아냈다. 초전박살 모드에 기름을 부었다. 확실한 수준 차이를 보여주는 완벽한 한방으로 쿠웨이트 선수들을 놀라게 했다. 1분 뒤 정우영의 골까지 터지면서 황선홍호는 대승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5골을 보태 9-0으로 승리했다.
백승호는 프리킥 달인이다. K리그 경기에서 종종 프리킥으로 득점을 만들었고, 태극마크를 달고 프리킥 골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자로 잰 듯한 강력한 프리킥 작품을 완성했다. 골키퍼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코스와 강도로 골문을 파고 들었다. 잠시 시간이 멈추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잠시 시간을 멈춘 적이 있다. 브라질과 16강전 후반전에 대포알 중거리포를 꽂았다. 전반전에만 4실점하며 무너진 벤투호의 자존심을 세웠다. 후반 31분 코너킥 기회에서 뒤로 흐른 공을 왼발 하프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만회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백승호의 만회골로 영패를 면했다(1-4 패배).
아시아경기대회 3연패를 향한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황선홍호 주장 완장을 차고 1차전 대승에 기여했다. 워낙 일방적인 경기라 공수 조율 등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 그래도 프리킥 골만큼은 시원하고 완벽했다. '캡틴백'이 아시아경기대회 3연속 금메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백승호(8번), 황선홍 감독(아래).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심재희 기자 kkamano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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