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병호 선배님" 큰 소리로 불러봤지만 응답하지 않자, 모자까지 벗으며 안절부절
[마이데일리 = 수원 유진형 기자] "병호 선배님"
이닝을 마친 투수가 큰 소리로 박병호 이름을 부르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자 당황한 모습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19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일어난 일이다.
삼성은 최지광은 1-6으로 뒤지고 있던 8회말 1사 1.2루에서 구원 등판했다. 선두타자 강백호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최지광은 박병호와의 승부를 위해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힘차게 공을 뿌렸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 초구부터 공이 빠졌고 144km의 패스트볼은 타자의 얼굴로 향했다. 박병호가 헬멧과 배트가 날아갈 정도로 깜짝 놀라며 겨우 피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고의성은 없었지만, 얼굴로 날아온 위험한 공에 박병호는 최지광을 잠시 노려보기도 했다. 최지광도 자기 투구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후 제구를 되찾은 최지광은 박병호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삼성 선수들 공수 교대를 위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었지만, 최지광은 마운드에 계속해서 서 있었다. 위험한 공을 던진 것에 대해 박병호에게 사과하기 위해서였다. "병호 선배님"하고 큰 소리로 불렀지만 박병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자를 벗고 여러 차례 불렀지만 계속해서 외면하자 그 마운드를 내려가지 못하고 안절부절했다.
이때 황재균이 나섰다. 2루 주자 황재균은 이닝이 종료되었지만 계속해서 마운드에 있던 최지광에게 다가가 무슨 일인지 물었고 상황을 알게 됐다. 황재균은 "괜찮아. 내가 전달할게"라고 말한 뒤 1루에 있던 박병호를 불렀고 상황을 전달했다. 수비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던 박경수도 박병호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최지광은 끝까지 그라운드에서 기다리며 박병호에게 모자를 벗고 사과했다.
사실 몸에 맞는 볼은 야구에 몸쪽 승부가 존재하는 이상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다만 공에 맞은 선수가 심한 부상을 당했을 때는 투수나 타자 모두 마음의 상처를 오랫동안 갖게 된다. 그래서 KBO리그에서는 예절을 중하게 여기는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사구 후 투수가 사과하는 모습이 불문율처럼 자리 잡았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자는 동료 의식에 나온 문화다.
최지광은 사구를 던지지는 않았지만,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한 공을 던진 것에 대해 선배에게 사과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닝이 종료되었지만 박병호에게 사과하기 위해 마운드에 남아있던 최지광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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