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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오릭스 버팔로스가 3년 연속 퍼시픽리그 '왕좌'에 올랐다. 만년 B클래스(4~6위)의 설움을 완벽히 털어내고, 이제는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났다.
오릭스는 20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오사카의 교세라돔에서 열린 2023 일본프로야구 치바롯데 마린스 마린스와 홈 맞대결에서 6-2로 승리, 3년 연속 퍼시픽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강팀'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다. 오릭스는 2014년 이후 단 한 번도 퍼시픽리그 A클래스(1~3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약팀'이었다. 그 어떠한 팀도 오릭스를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았을 정도. 2020시즌까지 6년 동안 총 세 차례 꼴등을 기록했고, 4위 두 차례, 5위 한 차례에 머물렀다. 해당 기간 A클래스에 단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던 팀은 오릭스가 '유일'했다.
이렇게 약했던 오릭스가 반란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2021시즌부터였다. 그해는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에이스'로 불리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재능이 만개하던 시기. 게다가 201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 미야기 히로야 또한 잠재력이 폭발했다. 야마모토는 18승 5패 평균자책점 1.39로 투수 4관왕에 올랐고, 미야기는 13승 4패 평균자책점 2.51로 그 뒤를 든든하게 받쳤다. 타선에는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가 중심을 잡았다.
오릭스는 2020시즌 퍼시픽리그 '꼴찌'였는데, 단숨에 퍼시픽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완벽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당시 오릭스는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발목을 잡히면서 일본시리즈 우승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하지만 오릭스는 그 아쉬움을 곧바로 만회했다. 이듬해 '왕좌'에 올랐기 때문.
오릭스는 야마모토-미야기로 이어지는 '원·투 펀치'를 앞세워 2년 연속 퍼시픽리그 우승 타이틀을 손에 넣었고, 일본시리즈에서 다시 한번 야쿠르트와 맞대결을 가졌다. 오릭스는 1무 2패에서 4연승을 내달리며 2021시즌의 설움을 깨끗하게 만회,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오릭스에 머물렀던 1996년 이후 무려 26년 만에 '최정상'으로 우뚝섰다.
오릭스는 올 시즌에 앞서 요시다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A클래스에는 들어가더라도 우승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었다. 오릭스에는 명실상부 '에이스' 야마모토가 건재했고, 미야기 또한 3년 연속 10승을 기록하는 등 우승을 향해 성큼성큼 전진, 20일 마침내 매직넘버를 모두 지우고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결정될 수 있었던 이날 선발의 중책은 데뷔 8년 만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야마사키 사치야가 맡았다. 그리고 오릭스는 나카가와 케이타(중견수)-니시노 마사히로(3루수)-모리 토모야(포수)-레안드로 세데뇨(지명타자)-마윈 곤잘레스(2루수)-스기모토 코타로(좌익수)-T 오카다(1루수)-쿠레바야시 코타로(유격수)-노구치 토모야(우익수)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경기 초반 팽팽한 투수전의 흐름을 먼저 무너뜨린 것은 치바롯데였다. 2회 실점 우기를 막아냈던 오릭스 선발 야마사키는 3회 시작과 동시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2, 3루에 몰렸고, 땅볼과 한 점을 맞바꾸며 선취점을 내줬다. 그리고 5회 다시 한번 치바롯데 상위 타선을 상대로 3연속 안타를 내주면서 0-2로 끌려갔다.
치바롯데가 분위기를 장악한 가운데 오릭스는 한 방에 흐름을 뒤집었다. 오릭스는 7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곤잘레스가 볼넷을 얻어내더니 폭투로 만들어진 득점권 찬스에서 스기모토가 추격의 적시타를 터뜨렸다. 그리고 T-오카다가 볼넷으로 '연결고리' 역할을 해냈고, 쿠레바야시가 동점타를 쳐 2-2로 균형을 맞췄다.
오릭스 타선은 그야말로 폭발했다. 오릭스는 이어지는 1, 2루 찬스에서 네 타자 연속 안타를 터뜨렸고, 7회말 공격에서만 6점을 뽑아내면서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 대표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던 우다가와 유키와 야마자키 소이치로가 8~9회 마운드에 올라 치바롯데 타선을 묶어내면서 마침내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날 오릭스의 우승은 수많은 기록으로 이어졌다. 한큐 시절을 포함한 오릭스 구단 역대 15번째 우승이었고, 3년 연속 우승은 1975~1978년 이후 무려 45년 만이었다. 그리고 리그 전체를 놓고 본다면 1990~1994년 세이부 라이온스 이후 21세기가 시작된 후에는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두 번째 구단이 됐다.
또한 오릭스가 퍼시픽리그 우승을 확정짓기에 앞서 센트럴리그에서 한신 타이거즈가 18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는데, 같은 간사이 지역을 연고로하는 오릭스까지 우승을 거두게 된 것. 간사이 지역을 홈으로 두는 구단이 나란히 각 리그 '왕좌'에 오른 것은 1964년 한신과 난카이(現 소프트뱅크) 이후 무려 59년 만의 두 번째로 이어졌다.
우승을 거둔 후 다섯 번의 헹가래를 받은 나카지마 사토시 감독은 "최고입니다"라고 짧고 굵은 소감을 가장 먼저 밝히며 "오늘은 우승을 확정짓고 싶었는데 7회까지는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선수들이 어떻게든 역전을 해줬다. 대단하다"고 활짝 웃었다.
오릭스는 지난 2년 동안 모두 원정 구장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는데, 이날만큼은 홈에서 기쁨을 맛봤다. 나카지마 감독은 "정말 멋진 응원 감사하다.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 이기고, 일본시리즈에 진출해서 우승을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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