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1947 보스톤'이 4년 만에 개봉하는데 많은 일이 있었어요.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 선생께서 영화를 끝까지 찍고 개봉하기까지 지켜주시나?'란 생각도 했죠."
강제규 감독의 신작 '1947 보스톤'에서 손기정 역을 맡은 배우 하정우(45)의 말이다. 영화는 2019년 촬영을 마쳤으나 여러 부침을 겪고 4년 뒤 관객과 만나게 됐다.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강 감독이 연출한 '1947 보스톤'은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다.
비운의 마라토너 손기정과 선배 마라토너 남승룡, 마라톤 유망주 서윤복, 재정보증인 백남용의 1947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 도전기를 영화적으로 재해석했다.
하정우가 보스턴의 기적을 이끄는 손기정 감독으로 변신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대회에 일본 식민지 조선 국적으로 출전한 손기정은 1등으로 결승선을 넘어섰으나 시상대에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렸다는 혐의로 경기 출전이 금지됐다.
하정우는 11년 전 빼앗긴 영광을 되찾으려는 손기정의 고군분투는 물론 서윤복을 연기한 배우 임시완과 애틋한 사제 연기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울림을 선사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만난 하정우는 "강 감독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고 각본을 받아 든 첫 번째 이유를 알렸다. 강 감독을 "어렸을 때부터 레전드"라 칭하고는 "출연 자체만으로 출세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터놓기도 했다.
하정우는 "노하우와 경험이 있기에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고 거듭 강 감독에게 신뢰를 내비치면서 "할리우드 감독을 보면 80세가 넘어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강 감독도 좋은 작품 더 많이 만드셔서 80, 90대에도 영화 작업을 계속 이어가셨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러면서 "마라톤 영화라고 했을 땐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손기정, 서윤복, 남승룡 선생의 여정이 크게 다가왔다. 단순한 스포츠 영화가 아니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출전하면 얼마나 큰 책임감으로 임하는지 선수가 아니면 모른다.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임시완은 사차원"이라며 가깝게 호흡한 임시완을 이야기한 하정우는 "처음에 만났을 땐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말을 했다. 계속 보다 보면 '찐 매력'으로 다가온다. 신뢰할 만하다. 속이 깊더라"라고 칭찬했다.
하정우는 "상견례 때 스태프와 배우들이 모여 인사를 했다. 나가자마자 제자리 뛰기를 하더라. '왜 저러지?' 했다. 보지 못했던 광경을 목격했다"라며 "안부 문자를 보내면 '형 잘 지내시죠? 늘 건강하세요. 답장 안 하셔도 돼요'라고 한다"고 해 웃음을 더했다.
"촬영지가 지방이 많았다. 건물이 남은 곳을 찾아다니면서 촬영이 진행됐다. 같이 생활하면서 아주 천천히 친해졌다. 어느새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고 일상을 보내게 됐다"며 "임시완이 쓰는 언어 표현을 이해하게 됐다. 해독력이 생겼다"라고 전했다.
영화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대회 시상식 속 손기정을 비추며 시작한다. 하정우는 이 장면이 "부담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영화적 연출이고 재연해내는 장면이지만 역사적 순간이다. 내가 이 역을 할 자격이 있나 생각했다.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는 것.
더불어 하정우는 "단순히 손기정 선생의 모습을 따라하는 게 아니었다. 조심스러웠다. 표정 하나하나, 서 있는 느낌, 화분으로 일장기를 가리는 표현 모두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이 장면을 연기해서 영광이다'가 아니었다. '해도 되나?'란 생각까지 했다.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1947 보스톤'은 오는 27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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