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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세계 축구 역사상 이토록 무서운 감독이 또 있을까.
축구 감독은 팀 내 기강을 잡고, 선수들과 주도권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사용한다. 강압적인 스타일도 있고, 부드러운 스타일도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스타일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웠던 감독의 스타일이 바로 엽기였다. 과거 그 누구도 시행한 적 없는 전대미문의 방법으로 선수단 통제를 시도한 감독.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 앨런 시어러였다. 260골로 EPL 역대 득점 1위에 이름을 올린 전설.
시어러가 감독을 했을 때가 있었나? 잘 모를 수도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어러 감독은 존재했다.
때는 2009년. 강등 위기에 몰린 뉴캐슬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키니어 감독은 심장 수술을 받았다. 팀을 지도할 감독이 없었다. 구단은 뉴캐슬의 전설적 공격수 시어러에게 SOS를 쳤다. 시어러 감독은 그 지휘봉을 잡았다. 남은 8경기를 지휘하는 임시 감독이었다.
당시 시어러는 "뉴캐슬은 내가 사랑하는 클럽이다. 나는 뉴캐슬이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위기를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다"며 결연한 출사표를 던졌다.
전설적 공격수가 감독이 됐다. 그는 앞서 언급한 대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감독이 됐다. 엽기적인 방법으로.
무슨 방법이었을까. '금융치료'였다. 팀 내 규율을 정비하기 위해 시어러는 '벌금 제도'를 시행했다. 훈련에 지각하면 벌금을 물린다는 것. 이건 많은 팀들이 하고 있는 제도였다.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EPL 선수들은 많은 돈을 번다. 벌금을 두려워할 인물들이 아니다.
남들과 같은 방법이었다면 아예 시도 조차도 하지 않았다. 시어러는 엽기적은 방법을 내놨다. 아무리 돈을 잘 벌고, 부자인 선수들도 두려워할 정도로.
벌금 제도는 매우 간단했다. 첫 번째 지각 벌금은 연봉의 10%, 두 번째 지각은 연봉의 20%, 세 번째 지각은 연봉의 50%였다. 사실상 협박이었다. 그 어떤 선수가 감히 지각을 할 수 있겠는가.
시어러는 2009년을 회상했다.
"내가 뉴캐슬 감독으로 시도했던 것은 지각했을 때 벌금이었다. 나는 선수 모두에게 공정했다. 선수들에게 '처음 지각했을 때는 연봉의 10%, 두 번째 지각했을 때는 20%, 세 번째 지각했을 때는 50%'라고 말했다. 이 말을 내뱉은 후 2분도 되지 않아 선수 한 명이 내 방을 찾아와 문을 두드렸고, '이 규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한 말을 잘 이해해라. 훈련 시간에 늦지 않으면 된다'고 답했다."
시어러 감독이 이런 강경책을 쓴 이유가 있었다.
"팀이 위기였다. 내가 훈련을 진행한 첫 날 팀의 큰 문제를 알 수 있었다. 2명의 선수가 훈련장에 늦게 나타났다. 그때 나는 차분하게 타일렀다. 조용히 말을 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또 1명의 선수가 늦게 등장했다. 이 팀에는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벌금 제도가 실제로 시행됐다면, 큰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 제도는 실행되지 못했다. 이는 시어러가 선수단 장악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선수들의 반발로 팀이 더 조각났을 수도 있다.
결과가 말해주고 있다. 시어러 감독이 이끄는 뉴캐슬은 결국 2부리그로 강등됐다. 이후 시어러는 다시는 감독직에 오르지 못했다. 엽기적 벌금 제도를 시행한 것이 시어러의 처음이자 마지막 감독 커리어였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앨런 시어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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