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석연치 않다. KBO 전력강화위원회의 22일 결정이 맞는 것일까.
KBO는 22일 오전 11시50분경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보내 이의리(KIA)를 항저우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에서 뺀다고 밝혔다. 대체 선수는 발표도 하지 않은 채 부랴부랴 이의리에게 23일부터 대표팀 소집훈련이 열릴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갈 필요가 없다고 통보했던 것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22일 소속팀의 경기가 끝나면 짐을 싸서 서울의 대표팀 숙소에 집결한다. 그리고 23일에 고척에서 첫 훈련을 시작한다. KBO가 이날 아침이나 오전에 이의리에게 해당 사항을 통보했다면, 짐을 싸기 불과 반나절 전에 교체 통보를 한 셈이다.
더구나 KBO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의리를 두고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 중이나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했다. 부상이 아닌 다른 사유, 기량과 실적이 교체 사유라는 얘기다. 21일 발표한 이정후(키움), 구창모(NC) 케이스와 다르다.
두 사람은 명확한 부상 사유가 성립된다. 구창모가 2군에서 145km를 찍었다고 해도 선발 등판은 물론 불펜으로 연투가 불투명한 건 결국 완전하지 않은 컨디션 탓이라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의리는 손가락 상태를 회복해 21일 대전 한화전서 복귀했다. 단지 복귀전서 1⅓이닝 2피안타 3탈삼진 3사사구 5실점(4자책)으로 부진했을 뿐이다. 현장에서 이 모습을 본 류중일 감독과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이 내린 결단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이날 부진했다고 해도, 이의리는 올 시즌 10승 (7패 평균자책점 4.47)투수다.
KBO는 6월 대표팀 최종엔트리를 발표하면서 부상 외의 사유로는 최종엔트리를 교체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그동안 대표팀 선수가 부진해도 교체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의리 케이스를 통해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모양새가 됐다. 부진한 선수를 교체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는 불과 하루 전 이정후와 구창모 교체 발표 때 처음으로 들렸다. 대표팀 첫 훈련을 불과 1~2일 앞두고서다.
야구대표팀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서 금메달을 따고도 환영을 받지 못했다. 대표팀 선발 당시부터 원칙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많았고, 대표팀 사령탑이 국회에까지 불려 나가는 촌극을 빚었다. 체육계를 얕잡아본 전형적인 정치인의 술수였지만, 빌미를 준 건 야구인들이었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은 KBO리그 중단 없이, 팀당 최대 3명 선발을 대원칙 삼았다. 수면 아래에선 팀당 ‘3명 원칙’이 금메달 전선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하는데, '이게 베스트 멤버냐?' 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쉽게 얘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미 몇몇 선수가 ‘3명 제한’에 걸려 뽑히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가 있다.
이번 이의리 케이스는 대표팀 내부에서 최상의 선발과 미리 정해놓은 원칙 사이에서 흔들렸다는 걸 인정하는 모양새다. 처음부터 원칙을 좀 더 확실하게, 꼼꼼하게 세워야 했다. 원칙을 정했으면 지켜야 하는데 대표팀 소집 하루를 앞두고 엉뚱한 사례가 나왔다. 원칙에 의심이 가도 원칙이라고 세웠으면 지켜야 한다. 그리고 결과로 평가 받는 게 맞다. 이의리의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하차는 여러모로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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