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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항저우(중국) 최병진 기자] 2023년 9월 23일 <7일차>
항저우에 와서 가장 부담이 덜 한 날이었다. 이유는 개회식 때문. 대회 개회식으로 오전부터 이른 오후까지 일부 경기만 진행이 됐다. 모처럼 정비 시간을 갖고 시간에 맞춰 개회식에 가기로 했다. 개회식 티켓과 시큐리티 카드까지 수령하면서 준비를 마쳤다.
오후 일정을 소화하고 6시쯤 개회식이 열리는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개회식 중에는 스타디움 주변을 전면 통제하기에 택시가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고 중간에 내려 걸어서 경기장으로 향했다.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받아 무려 40분 이상을 걸어서 미디어 게이트로 향했다. 계속된 걸음에 슬슬 지쳐갔으나 해가 지는 사이에 경기장 외관의 푸른빛이 밝아지면서 개회식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경기장 밖으로 전해지는 함성에 발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게이트. 당당하게 티켓과 시큐리티 카드를 제시했다. 그리고 동시에 빠른 가방 검사와 몸수색을 위해 동선까지 파악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여러 명의 안내원 중 한 명이 오더니 “혼자서는 출입이 불가하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자 “셔틀버스를 타고 오는 게 아니면 혼자서는 입장이 불가능하다. ‘그룹’을 구성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때부터 30분 간 혈투가 진행됐다. “나는 회사에서 혼자 왔는데 어떻게 그룹을 만들어서 들어가냐?”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설명으로 입장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저쪽의 반응은 일관됐다. “혼자서는 못 들어간다”
왜 혼자서 들어갈 수 없는지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Strange person(낯선 사람) 일 수 있기 때문에”라는 황당한 답변이 전해졌다.
이미 비자 역할을 대신하는 아시안게임 AD카드도 목에 걸고 있고 대한체육회로부터 전달받은 티켓과 시큐리티 카드를 손에 들고 있음에도 ‘신분’을 확신할 수 없다는 주장은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단독 입장’이 불가능한 건 기자만이 아니었다. 실랑이가 계속되는 가운데 필리핀 남자 럭비 대표팀 관계자도 입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슷한 상황일까 싶어 해당 인물에게 “너도 못 들어가니?라고 물었다. 목소리에 불만이 가득했던 여성 관계자는 “맞다. 혼자서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하더라. 경기장 안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하고 있지만 경기장 내에서 인터넷이 잘 안돼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답답한 마음에 “왜 혼자서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하소연을 하자 관계자 또한 “엉망이다”라며 S로 시작하는 비속어 한 마디까지 같이 내뱉었다.
결국 우리는 입장을 포기하고 각자 서로의 행운을 빌어준 뒤 경기장 입구를 떠났다.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혼밥'이 각광받고 있는 시대에 혼자 왔다는 이유로 입구를 막아선 그 순간이.
항저우(중국) =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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