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내가 최고다"
롯데 자이언츠 서동욱은 지난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14차전 원정 맞대결에 대타로 출전해 1안타를 생산,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서동욱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드래프트가 종료된 후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해 올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유망주'다. 성공은 지명순이 아닌만큼 서동욱은 2군에서 71경기에 출전해 71안타 9홈런 34타점 51득점 타율 0.321 OPS 0.943로 눈부신 활약을 펼쳐왔다.
래리 서튼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이종운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게 됐는데, 시즌 초반 2군 사령탑을 맡았던 만큼 최근 유망주들을 적극 기용하는 중이었다. 이종운 대행의 '극찬'과 지지 속에서 서동욱은 그동안 조금씩 기회를 받아왔지만, 22일 경기 전까지 단 한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침내 고대하던 첫 안타가 터졌다.
2-2로 팽팽하게 맞선 7회초 정대선의 안타로 마련된 1사 1루에서 서동욱은 김민수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SSG '에이스' 김광현과 맞대결을 갖게 됐다. 조금은 가혹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신인' 서동욱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그리고 이를 제대로 살렸다.
서동욱은 김광현과 침착한 승부를 펼치며 2B-2S 카운트를 만들어냈고, 김광현이 던진 5구째 129km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높은 코스로 형성되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호쾌한 스윙을 가져간 서동욱의 타구는 좌익수 방면으로 쭉쭉 뻗어나갔고, 2루타로 연결됐다. 데뷔 첫 안타.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슬라이딩을 통해 타구를 잡아내기 위해 애썼으나, 역부족이었다.
롯데는 '루키' 정대선과 서동욱의 연속 안타로 득점권 찬스를 손에 넣었고, 윤동희가 땅볼로 역전 타점을 만들어내며 주도권을 잡았다. 그리고 롯데는 8회 2점을 보태면서 5-2까지 간격을 벌렸고, SSG를 제압했다. '안경에이스' 박세웅의 역투, 윤동희의 3안타가 가장 돋보였지만, 정대선과 서동욱의 루키들의 연속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이종운 대행은 23일 경기에 앞서 정대선과 서동욱의 활약에 그야말로 '함박미소'를 지었다. 그는 "2군에서부터 함께 했던 선수들이라 너무 기분이 좋았다. 정대선과 서동욱은 2군에서 주축 선수였다"며 "서동욱이 분명 좋은 선수인데, 그동안 1군에서 안타를 치지 못치다가 안타를 쳤다"고 기뻐했다.
계속해서 이종운 대행은 "다른 사람들이 보면 '쟤는 못 치는데 왜 계속 기회를 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2군에서부터 봤기 때문에 믿음이 있었다. 워낙 잘 치는 선수인데, 1군에서는 못 치고 2군으로 내려가서 본인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어제(22일) 안타를 쳐냈다. 새로운 선수들이 와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면 다른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군 출장 7경기 만에 첫 안타를 맛본 서동욱은 23일 경기에는 선발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서동욱은 비록 안타를 생산하지는 못했지만, 2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멀티출루' 경기를 펼쳤고, '눈 야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루가 지났지만 데뷔 첫 안타의 소감을 들어봤다. 어땠을까. 서동욱은 "일단 안타가 나오고 팀도 이겨서 기뻤다. 김광현 선배님을 상대로 친 안타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면서도 수줍게 웃으며 "타석에 들어갈 때는 상대 투수가 누구든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타격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대타로 출전한 상황에서 '노림수'를 갖고 들어갔던 것이 제대로 적중했다. 서동욱은 "직구를 한 개도 던지지 않길래, 2스트랑이크에서도 변화구가 올 확률이 높을 것 같았다. 그런데 처음 보는 구종이 와서 타이밍이 안 맞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이 눈에 익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모든 동료들이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축하해줬지만, 가장 격하게 반겨줬던 선수는 안권수였다. 안권수는 SSG 선수단으로부터 정대선을 비롯해 서동욱의 첫 안타 공을 받은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올 때마다 '기념구'를 건네며 '루키'들의 첫 안타에 격한 축하를 보냈다. 서동욱도 안권수가 가장 반겨줬다고 밝혔다.
아들의 첫 안타에 부모님도 크게 기뻐했다. 서동욱은 "부모님께서는 '안타가 조금 늦게 나오긴 했지만, 처음이 어렵다. 하나가 나온 이후에는 더 잘 풀릴 것이다. 마음을 편하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중요한 상황에 나가서 첫 안타를 쳐서 뿌듯하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 만큼 열심히 해볼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서동욱은 입단 당시 '포수'였지만, 현재 롯데는 이 유망주를 '외야수'로 활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포지션을 완전히 전향한 것은 아니다. 타격 재능이 워낙 출중한 만큼 이 장점을 살려보기 위함이다. 그는 "상황에 따라서는 굴러다닐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타격과 수비에 대한 자신감은 항상 넘친다. 남은 기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성공은 지명 순이 아니다. KBO리그에서는 육성선수로 시작해 '최정상'에 오른 선수도 여럿 있다. 서동욱이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이 유망주의 야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인천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