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종합
[마이데일리 = 항저우(중국) 최병진 기자] 2023년 9월 28일 9일차
한국 사람이라면 ‘한일전’의 몰입도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취재도 마찬가지다. 더 집중하게 되고 순간순간 빠져드는 깊이도 일반적인 경기와는 분명 다르다. 그리고 일을 하는 상황에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마음속으로 ‘꼭 이기자’는 외침을 하곤 한다.
‘여자 탁구 한일전’은 4강에서 펼쳐졌다. 아시안게임 탁구 종목은 3-4위 결정전을 치르지 않는다. 준결승에서 패한 두 팀에 사이좋게 동메달을 수여하는 친절한 룰을 적용한다. 준결승에 진출하면서 동메달은 확보했지만 해당 규정을 한국이 아닌 일본이 누렸으면 했다.
하지만 일본은 강했다. 신유빈(19), 전지희(31), 서효원(36)은 고군분투했으나 일본을 넘지 못했다. 결국 일종의 강제(?) 동메달은 우리의 것이었다.
가장 표정이 좋지 않았던 사람은 신유빈이다. 신유빈은 차세대 여자 탁구 간판이자 에이스다.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 나서며 기대를 많이 받았고 스스로도 좋은 성적을 다짐했다. 하지만 첫 대회, 첫 종목은 신유빈에게 험난했다. 신유빈은 한일전 첫 번째 단식과 두 번째 단식에서 모두 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여러 답변 중 한 마디가 유독 기억에 오래 남았다.
"일단 마음을 잘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에이스라는 부담감, 도움을 주지 못한 언니들을 향한 미안함, 상대에게 공략을 당하는 답답함 등. 교차하는 여러 감정들에 눈물을 글썽였다.
10대 소녀에게는 벅찬 상황일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여주며 에이스로서 관심과 기대를 받았고 아시안게임까지 출전한 상황에서 ‘부담스러우니까 에이스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할 수 없지는 않은가?
운동선수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넘어짐’과 ‘일어섬’을 반복해야 한다. 쓰러지는 것 자체가 에이스의 숙명이며 극복하지 못한다면 남들과 달라질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니 무너지지 말고 계속해서 달려 나가길 바란다. 설령 이번 대회에서 남은 여자 단식, 여자 복식, 혼성 복식에서 모두 메달 획득에 실패하더라도 말이다. 아직까지는 지금 당장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한 선수니까.
항상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마무리하면 인사는 "수고하셨습니다"로 간결하게 끝을 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한 마디를 더 붙였다. "힘내요!"
항저우(중국) =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