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좋아요!", "대단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대표팀 장현석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상무 피닉스와 평가전에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대회를 앞두고 처음이자 마지막 실전 투구를 가졌다.
장현석은 올해를 뜨겁게 달궜던 '특급유망주'다. 공식 경기에서 최고 158km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KBO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뿌리친다면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번의 지명이 확정적일 정도로 평가가 좋았다. 하지만 장현석의 선택은 미국 무대의 도전이었다.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다.
다저스는 장현석을 품에 안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였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을 때 구단마다 쓸 수 있는 금액(보너스풀)이 한정돼 있는데, 올해 다저스는 유망주들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보너스풀을 모두 사용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장현석을 영입하기 위해 다른 유망주 둘을 트레이드로 떠나보내는 반대급부로 보너스풀을 확보, 장현석과 90만 달러(약 12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고교시절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만큼 장현석은 아마추어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했다. 현재 류중일 감독은 장현석에게 선발의 '중책'을 맡길 생각을 갖고 있다. 장현석은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는 홍콩(10월 1일) 또는 태국-라오스-싱가폴 중 예선을 통과하고 올라온 팀(10월 3일) 경기에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류중일 감독은 26일 경기에 앞서 "장현석도 선발 쪽이다.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부담이 안 되는 쪽으로 홍콩전이나, 마지막 경기(10월 3일)에 활용을 해야 할 것 같다. 아직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마운드에서 긴장도 많이 할 것이다. 상황을 보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하겠다"면서도 "'정말로 좋다'고 한다면 막 넣어야지!"라고 말했다.
불펜에서 던지는 장현석의 모습은 어땟을까. 류중일 감독은 '좋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그는 "너무 좋아요. 일단 좋고, 아직은 제구가 조금 높게 형성된다는 점이 있지만, 좋아요. 좋으니까 미국에서 데려가는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그게) 나였다면 안 데려갔을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류중일 감독이 수차례 '좋다'는 말을 쏟아낸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장현석은 대표팀의 세 번째 투수로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최고 154km의 빠른 볼을 뿌리는 등 1이닝 동안 2탈삼진 무실점으로 '무력시위'를 펼쳤다. 먼저 프로 무대를 밟은 선배들을 상대로도 전혀 긴장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장현석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6회초 마운드에 올라 김지찬을 상대로 초구에 153km를 뿌린 뒤 2구째 154km 직구로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이후 투구도 완벽했다. 장현석은 120km대 커브와 140km대 슬라이더, 153~154km의 직구를 섞어 던지는 등 153km 직구를 위닝샷으로 김동헌을 삼진 처리, 천성호에게는 127km 커브로 연속 삼진을 기록하며 이닝을 매조졌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장현석은 "90~100% 정도로 세게 던졌는데, 일단 컨트롤이 나쁘지 않았고, 스피드가 괜찮게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다만 한두 개씩 빠졌던 공이 아쉬움이 남는다"며 "(140km대의 공은) 슬라이더다. 오늘 스위퍼는 던지지 않았다. (김)형준이 형이 사인을 잘 내주시고, 리드도 잘해주셔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투구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긴장을 했던 장현석이다. 그는 "(대회를 시작하면) 당연히 긴장을 할 것이다. 오늘도 조금 긴장을 했다. 당연히 마운드에 올라가면 긴장이 되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오늘 형들이 '잘 던졌다. 고생했다.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장현석과 마찬가지로 154km를 마크했던 문동주는 장현석의 투구에 혀를 내둘렀다. 문동주는 "던지는 것을 처음 봤는데, 깜짝 놀랐다. 변화구도, 전체적으로 너무 좋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에 장현석은 "같은 구속이지만, 공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아직은 배울점이 많다"면서도 "(문)동주 형이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많이 올라왔다"고 입가로 새어 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장현석은 한차례 '유급'을 한 탓에 최근 열린 세계야구청소년선수권대회(U-18)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대표팀은 장현석 인생의 첫 '태극마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어떤 무대가 되기를 바랄까. 장현석은 "내 인생의 첫 국가대표이고, 선배님들과 나가는 큰 대회인데, 내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투구에서 전혀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긴장을 했던 장현석이다. 그는 "(대회를 시작하면) 당연히 긴장을 할 것이다. 오늘도 조금 긴장을 했다. 당연히 마운드에 올라가면 긴장이 되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홍콩 또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의 선발에 대해서는 "믿고 올려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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