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나성범과 최형우의 저지/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나성범과 최형우의 저지/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최형우와 나성범이 없지만, 있다. KIA가 두 해결사 없어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KIA는 12일 대구 삼성전 박찬호(왼쪽 네 번째 손가락 인대)에 이어 19일 광주 LG전 나성범(오른쪽 햄스트링), 22일 최원준(항저우아시안게임), 24일 광주 KT전 최형우(왼쪽 쇄골 골절)를 차례로 잃었다. 주전 라인업의 절반 가까운 4명이 사라졌다.
최형우/KIA 타이거즈
최형우/KIA 타이거즈
그래도 최원준은 내달 7일 이후, 아시안게임 야구 일정이 끝나면 돌아온다. 박찬호는 지난주부터 타격훈련을 하더니 기어코 26일 창원 NC전부터 선발라인업에 복귀했다. 그러나 최형우와 나성범은 10~12주, 4개월 공백기를 가져야 한다. 시즌 아웃이다.
KIA 선수들은 26일 NC전부터 잔여 20경기 내내 덕아웃에 최형우와 나성범의 상의 저지를 정성스럽게 옷걸이에 걸어 덕아웃에 전시해 놓기로 했다. 비록 최형우와 나성범과 끝까지 함께 할 수 없지만, 마음만큼은 하나라는 걸 강조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KIA는 실제 2020시즌 중반 외국인에이스 애런 브룩스가 가족의 교통사고로 갑자기 미국으로 돌아가자 브룩스와 아들의 상의 저지를 역시 덕아웃에 걸어 놓고 경기했다. KIA의 가족애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원 팀 정신을 되새긴 건 보기 좋은 일이다. KIA는 이날 최형우, 나성범과 함께 경기를 치렀지만 사실은 없었다. 클린업트리오로서 장타와 클러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하는 두 사람이 사실상 동시에 사라지니 KIA 라인업의 무게감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날 KIA는 이창진과 고종욱으로 테이블세터를 꾸리고 김도영과 김선빈을 클린업트리오에 넣었다. 그리고 기존 중심타선 멤버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4번 중책을 맡겼다. 김종국 감독은 소크라테스의 한 방을 기대했다.
하위타선은 어쩔 수 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대신 김종국 감독은 작전수행을 준비하라고 코치들에게 지시했다. 발 빠른 선수들의 주력을 활용해 작전 및 기동력을 활용한 야구를 하겠다는 얘기다. 김 감독은 “홈런이 덜 나오고 연속안타도 잘 안 나올 것 같다”라고 했다.
사실 이 한 경기로 나성범과 최형우가 없는 타선이 어떻게 약해졌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다. NC 선발투수가 KBO리그 최고투수 에릭 페디였기 때문이다. 페디는 8월31일 광주에서 3이닝 7실점으로 부진한 아픔을 되갚으려는 듯 눈에 불을 켜고 투구했다. 결국 KIA 타선은 6회까지 1득점에 묶였다.
KIA는 4회 고종욱의 좌중간 2루타와 김도영의 중전안타와 2루 도루로 무사 2,3루 찬스를 잡아 1점을 먼저 냈다. 그러나 여기서 달아나지 못하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선빈이 2루수 병살타로 물러난 게 컸다.
그러나 김건국이 5회 2사까지 1실점으로 버텨줬고, 7회 페디가 내려가자 응집력을 발휘해 대거 5득점했다. 4번 소크라테스, 5번 김선빈, 6번 이우성의 연속안타와 대타 박정우의 희생번트, 김태군, 박찬호의 연속안타에 상대 실책까지. 오랜만에 집중타가 나왔다.
나성범/KIA 타이거즈
나성범/KIA 타이거즈
덕아웃에 유니폼으로 함께한 최형우와 나성범이 좋은 기운을 줬다면 기분 좋은 샤머니즘이고, 남아 있는 선수들이 NC 류진욱, 한재승을 잘 공략한 건 과학이었다. KIA에 이날 승리는 단순히 1승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최형우와 나성범 없어도 KIA가 죽는 건 아니다.
김태군은 "개인 목표보다는 팀이 가을 야구 진출한다는 생각뿐이다. 형우 선배, 성범이 유니폼을 덕아웃에 걸고 경기를 했는데 시즌 끝날때까지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라고 했다.
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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