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의식하는 순간 더 안 좋아진다.”
KIA 이의리의 올 시즌 9이닝당 볼넷은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6.30이다. 4.33이던 작년보다 좋지 않다. 9이닝당 탈삼진이 작년 9.41에서 올해 10.58로 좋아지긴 했다. 그러나 K/BB는 작년 2.18서 올해 1.68로 나빠졌다.
잘 던지다가 갑자기 볼넷을 2~3개씩 잇따라 내주는 게 올 시즌 이의리의 패턴이다. 2022시즌 막판부터 그런 모습이 있었고, 올 시즌에는 시그니처가 됐다. ‘이의리 만루 챌린지’라는 얘기는 KIA로선 달갑지 않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이의리의 제구 기복이 꽤 줄어들었다. 전반기 73이닝을 소화하면서 사사구가 무려 65개였으나 후반기에는 42⅔이닝 동안 24사사구다. 반대로 피안타율이 전반기 0.187서 후반기 0.250으로 올라가면서 평균자책점이 전반기 3.82서 후반기 4.85로 치솟긴 했다. 그러나 볼넷에 의한 부작용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KIA는 전반기부터 이의리의 제구기복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매커닉에 손을 대거나 투구 스타일에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보지도 않는다. 자칫 단점을 고치려고 하다 장점마저 잃을 수 있다.
이의리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27일 NC와의 창원 더블헤더 2차전 이후 아시안게임 대표팀 탈락 후폭풍이 화두였다. 내친 김에 제구 기복에 대한 본인 생각도 듣고 싶었다. 역시 마인드 컨트롤의 영역이라고 본다.
이의리는 “첫 시즌에는 퐁당퐁당, 경기 별로 불안한 부분이 있었다. 작년에는 경기 도중에 좋다가 안 좋다가 했고, 올 시즌에는 이닝 도중에 좋다가 안 좋다가 그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식하는 순간 더 안 좋아진다. 심리적인 부분이다.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하다. 신경을 쓸수록 더 신경 쓰게 돼 있다”라고 했다.
이의리는 의식적으로 제구 기복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김종국 감독은 이의리의 투구 딜리버리가 가볍게 느껴지는 날이 있는데, 27일 창원 경기(7이닝 3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가 그랬다고 평가했다. 이날 이의리는 놀랍게도 사사구가 단 1개였다. 김 감독은 “앞으로도 그렇게 가볍게 던지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의리는 “트레이너님들이 관리를 잘 해줬다”라고 했다.
그런데 마인드컨트롤을 잘 해도 제구 기복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혹시 경기 별 컨디션의 편차가 있는 편일까. 여기서 이의리의 답이 대반전이었다.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올 시즌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없었다. 항상 좋았다”라고 했다.
선발투수가 1년에 30경기 이상 나가면, 컨디션이 최상인 경기는 얼마 없다는 게 정설이다. 오히려 컨디션이 좋으면 실전서 욕심을 내거나 흥분해 경기를 망치는 사례도 있다는 게 관계자들 얘기. 물론 이의리가 이 케이스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당장 27일 경기서 좋은 컨디션으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이의리가 제구 기복에 대한 대처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더 오랫동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창원=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