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나는 요즘 내 환갑 버스킹 레파토리를 고민 중이다. 겨울 생일이니 캐롤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여 고민 끝에, 내가 좋아하는 캐롤 중 연주하기 쉬워 보이는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골랐다.
기타 선생님은 이러한 선곡 이유를 듣고 “그런 접근은 괜찮네요”라고 했다.
한마디 덧붙였다. “슬픈 노래지만, 매우 발랄하게 치고 싶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그 노래가 슬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텍스트형 인간밖에 없을걸요?”라고 했다.
정곡을 찔렸다. 지난 칼럼에 쓴 적 있듯이 음악하는 사람을 멜로디형 인간과 리듬형 인간 둘로 나눈다면, 나는 어느 쪽에도 맞지 않는 텍스트형 인간이다.
아무리 멜로디가 슬프지 않다고 해도, 나는 이 노래만 생각하면 지난 일도 떠오르고 울적해진다. 가사를 되짚어보자.
“Last Christmas, I gave you my heart(작년 크리스마스에 나는 네게 마음을 주었어). But the very next day, you gave it away(그런데 너는 바로 다음 날 버렸지).”
이 얼마나… 다음은 더 슬프다.
“This year, To save me from tears(올해는 울지 않게). I’ll give it to someone special(내 마음을 다른 특별한 사람에게 줄 거야).”
아니 이렇게 슬픈 노래가 어디 있느냔 말이다. 내 주위 다수 ‘텍스트형 인간’은 이 노래가 슬프다고 했다. 흠….
기타 선생님은 내가 이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코드를 알려주셨다. G-Em-Am7-D7. 다행히 F코드가 없다!
기타를 배운 지 10개월. 이제는 기본 리듬에서 나아가 셔플 리듬도 조금 흉내 내지만 여전히 F코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사실 F코드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영화 <머니볼> OST ‘The Show’를 통해 도전했다. 이 노래는 C-G-Am-F, 다시 C로 돌아가는 구성인데, 늘 이 F코드 때문에 긴장하여 앞뒤로 박자를 놓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데 이제 F코드가 없는 곡에 도전한다! 이번 곡은 순항할 수도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욕심이 난 나는 기타 선생님의 몇 가지 시범 연주를 본 후, 아르페지오 주법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르페지오로 시작해서 팜 뮤트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 슬픈 느낌으로 시작했다가 다소 흥겨운 리듬으로 전환하여 연주를 끝까지 마칠 수 있을까?
다수의 멜로디형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내게 이 노래는 슬픈 노래인데, 그런 내 느낌이 연주에 전해져도 참 문제겠다.
그건 내 의도가 아니니 (애초에 그 정도 실력도 아니거니와) 내 연주를 들으실 수도 있는 분께 미리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텍스트형 인간의 이 도전은 과연 어떻게 될까. 부디 기타 선생님의 한숨이 깊어지지 않기를.
|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북에디터 정선영 인스타그램 dodoseoga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