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보다 잘 쳤던 '국대 강백호', '마음의 병' 털어냈을까...'되찾은 미소'에 야구대표팀이 웃는다 [유진형의 현장 1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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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루홈런 치고도 웃지 않았던 강백호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미소를 되찾았다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강백호가 지난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상무와의 연습 경기를 앞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동료들과 가볍게 훈련했다. 별 의미 없는 장면일 수도 있지만 이때 강백호의 달라진 모습이 보였다. 강백호가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강백호의 미소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 장면이었다. 

신인왕 출신의 24살의 강백호는 올 시즌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2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전에서 4-5로 뒤진 7회 2루타를 친 뒤 팀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 세리머니를 과하게 하다가 발이 떨어져 태그아웃을 당했고 한국은 호주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어이없는 '세리머니 주루사'였고 언론과 팬들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결국 SNS를 통해 사과까지 했다. 

그리고 지난 5월 LG전에서 익숙하지 않은 우익수로 출전했다가 안이한 송구로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번에도 언론과 팬들은 아리랑 송구를 한 강백호에게 각종 비난을 쏟아냈고 이후 그는 '마음의 병' 멘탈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후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고 결국 6월 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스트레스 영향인지 체중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많은 사람은 그의 상태를 걱정하기도 했다.

지난 2월 WBC 호주전에서 '세리머니' 주루사를 당한 강백호 / 일본(도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국제대회에서 구설수에 휘말리며 힘겨워한 강백호 / 일본(도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사실 그의 멘탈이 흔들린 건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부터다. 도미니카와의 동메달 결정전에 6-10으로 뒤진 8회 당시 21살의 대표팀 막내 강백호는 너무 긴장해 껌을 8개 씹고 있다가 중계카메라에 모습이 잡혔다. 이를 본 박찬호 KBS 해설위원이 "저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고 강백호는 순식간에 지고 있는 상황에서 편하게 껌만 씹고 있는 선수로 낙인이 찍히며 국민 욕받이가 됐다. 이후 강백호게 이 사건은 주홍 글씨처럼 따라다녔다.

이 모든 악재 강백호를 힘들게 했고 그에게 야구는 더이상 즐거움이 아닌 부담이 되는 듯했다. 특히 지난달 만루홈런을 치고도 풀이 죽어있던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했던 장면이었다. 

강백호는 지난달 8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경기 5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와 SSG 박종훈과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139km 직구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쳤다. 배트에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수 있는 타구였지만 1루를 지나면서도 아무런 세리머니 없이 앞만 보고 계속해서 달리기만 했다. 홈을 밟고 더그아웃에 들어와 큰 축하를 받을 때도 동료들만 웃었고 강백호의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기자가 현장에서 본 만루홈런 중 가장 슬픈 장면이었다. 강백호는 왜 웃지 못했을까. 바로 '마음의 병' 멘탈의 문제였다.

만루홈런을 치고도 전력 질주하는 강백호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만루홈런을 치고도 웃지 않았던 강백호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9월 들어 대표팀에 소집되기 전까지 13경기 타율 0.333(30타수 10안타) 2홈런 7타점 OPS 1.012로 맹타를 휘둘렀지만, 야구장에서 그의 미소를 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드디어 웃기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국제대회에서 함께 했던 김혜성과 장난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은 만 25세 이하 혹은 프로 입단 5년 차 이하 어린 선수들로만 구성하기에 이정후가 부상으로 빠진 이번 대표팀에서 강백호는 가장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가진 선수다. 강백호는 2018년 프로 입단 후 2019 WBSC 프리미어12, 2021년 도쿄 올림픽,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메이저 국제대회를 두루 경험했다. 또한 성적도 뛰어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서 환하게 웃으며 후배들과 이야기하는 강백호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상무와의 연습 경기에서 전력 질주하는 강백호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2019 프리미어12에서는 타율 0.285(7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2021 도쿄 올림픽에서는 타율 0.308(26타수 7안타) 4타점 2득점, 2023 WBC에서도 타율 0.500(14타수 7안타) 2타점 3득점으로 개인 성적만 놓고 보면 그를 따라갈 타자가 없다. 국제대회에서 '본헤드 플레이'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긴 했지만, 그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국제용 타자다.

이번 대표팀에서 강백호는 막내가 아닌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베테랑의 위치에 있다. 대표팀에서 노시환, 문보경과 함께 중심타선을 구축할 강백호가 해결사 역할을 해내야만 한국은 아시안게임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다. 

미소를 되찾은 강백호는 후배들을 이끌고 1일 홍콩과의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금메달을 향한 여정에 돌입한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미소를 되찾은 강백호 / 고척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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