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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어떠한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투구수 52구, 7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지난해 토미존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오랜 재활을 거쳐 지난 7월 마운드로 돌아왔다. 류현진은 루키리그를 시작으로 조금씩 레벨을 높여가며 총 네 차례 재활 등판을 가졌고, 4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00의 훌륭한 성적을 남기며 빅리그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그리고 마운드로 돌아온 류현진은 실력으로 '건재함'을 뽐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복귀 첫 등판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5이닝 4실점(4자책)의 아쉬운 결과를 남겼으나, 두 번째 등판부터는 달랐다. 류현진은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맞대결에서 4이닝 '노히트' 투구를 선보이더니, 시카고 컵스와 신시내티 레즈, 다시 만난 클리블랜드와 맞대결에서 모두 5이닝 2실점으로 역투하며 개인 3연승을 질주했다.
빅리그로 돌아온 뒤 한 달 동안 3승 1패 평균자책점 2.25로 우수한 성적을 남긴 류현진은 좋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류현진은 커리어 내내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던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에서도 5이닝 2실점을 기록,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맞대결에서도 5이닝을 단 2실점으로 묶어냈고,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는 복귀 후 처음 6이닝을 소화,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까지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텍사스와 경기에서 '정점'을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9월이 시작된 후 세 경기에서 승리와 연이 닿지 않았던 류현진은 다음 등판부터 조금씩 고전하기 시작했다. 류현진은 보스턴 레드삭스와 맞대결에서 4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햇으나, 6피안타 2볼넷을 내줄 정도로 힘겨운 투구를 펼쳤다. 게다가 직전 등판인 탬파베이전에서는 4⅓이닝 동안 3개의 피홈런을 맞는 등 5실점(5자책)으로 시즌 최악의 투구를 남겼다.
류현진은 '자력'으로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티켓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는 '중책'을 맡았는데, 이날은 메이저리그로 돌아온 뒤 가장 적은 이닝만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과적으로 토론토는 이날 탬파베이에게 패했지만, 텍사스가 시애틀 매리너스를 잡아내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으나, 류현진의 경기력은 아쉬웠다.
경기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류현진은 1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랜디 아로자레나와 해롤드 라미레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1, 3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류현진은 이삭 파레디스를 상대로 초구에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을 찌르는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2루수 키를 넘어가는 적시타를 허용했다. 다행히 이어지는 1, 2루 위기에서 추가 실점은 없었다. 류현진은 커티스 미드를 삼진, 후속타자 조시 로우를 뜬공으로 묶어내면서 힘겨운 스타트를 끊었다.
2회부터는 조금씩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매뉴얼 마고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크리스티안 배탄코트와 테일러 월스, 주니오 카미네로로 이어지는 타선을 모두 묶어내며 위기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3회초에는 선두타자 아로자레나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나갔다. 아로자레나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류현진은 이어지는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라미레즈와 파레디스에게 또다시 연속 안타를 맞아 실점 위기에 몰렸다. 이후 미드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렸지만, 로우에게 던진 2구째 커터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렸고, 1타점 2루타로 연결되면서 2실점째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지만, 4회부터 마운드에 선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이날 토론토는 류현진은 빠르게 내리는 승부수를 띄운 뒤 정규이닝 종료 시점까지 팽팽한 승부를 만들어냈으나, 연장 승부 끝에 5-7로 패하면서 '자력'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매직넘버를 지우지 못했다. 그러나 텍사스가 시애틀을 무너뜨리면서 남아있던 매직넘버 1이 소멸됐고, 토론토는 최종 와일드카드를 통해 가을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 토론토는 일단 와일드카드 1차전에 '에이스' 케빈 가우스먼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크리스 배싯과 호세 베리오스 중 한 명이 2선발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그리고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 경우 2선발로 나서지 않은 선수가 3선발을 맡고, 4선발 자리는 기쿠치 유세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초 류현진은 4선발로서 시즌을 소화해왔지만, 이번 등판을 앞두고 등판 순서가 변경되면서 5선발로 밀려났다. 포스트시즌 특성상 5선발까지는 필요없고, 최근 거듭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이 선발 투수로 가을무대에 선 모습을 볼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따라서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 투수로 나서는 다소 생소한 모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류현진은 1일 경기가 끝난 뒤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포스트시즌 불펜으로 보직 이동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선수가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위치, 어느 상황에서 던져야 한다고 한다면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게 잘 해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 총 186경기에 출전하는 동안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것은 단 한차례에 불과하다. 류현진은 LA 다저스에 몸담고 있던 지난 2017년 5월 26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맞대결에서 6회에 마운드에 올라 4이닝을 무실점을 기록하며 세이브를 수확한 바 있다.
저스 소속이던 2017년 5월 26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만 6회 구원 등판했는데, 4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선발 투수나 다름없이 던져 빅리그에서 유일한 세이브를 챙겼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아예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MLB.com'은 "투수 쪽에서는 5선발인 류현진에게 이 로스터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냉정하게 토론토 입장에서는 기쿠치처럼 불펜 경험이 많지 않고, 5선발인데다 부진까지 거듭하고 있는 류현진을 로스터에 넣는 것보다 다른 불펜 자원 또는 야수 쪽으로 엔트리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세 경기 연속 조기강판으로 시즌을 마친 류현진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과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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