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곽명동의 씨네톡]
서기 2065년, 인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AI가 LA에 핵폭탄을 터뜨린 후, 인류와 AI 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전직 특수부대 요원 조슈아(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실종된 아내(젬마 찬)의 단서를 얻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인류의 작전에 합류한다. 조슈아는 인류를 위협할 강력한 무기와 이를 창조한 ‘창조자’를 찾아 나서고, 그 무기가 아이 모습의 AI 로봇 ‘알피’(매들린 유나 보일스)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발견에 충격을 받은 조슈아는 삶의 본질과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크리에이터’는 강렬한 액션과 깊이 있는 성찰이 돋보이는 SF 블록버스터다. ‘고질라’ ‘로그원:스타워즈 스토리’에서 알 수 있듯, 에드워즈 감독은 거대한 스케일의 액션을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특히 ‘크리에이터’는 기존 SF영화와는 다르게 실제 로케이션을 통해 촬영을 마친 후 아트 디자이너들과 새로운 이미지를 덧입히는 방식으로 리얼한 영상을 담아냈다. 덕분에 인간과 AI가 맞붙는 대규모 전투가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듯한 생생한 질감으로 다가온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 이후 인간과 AI의 관계는 ‘인간의 비인간성과 비인간의 인간성’이라는 테마로 변주돼왔다. ‘크리에이터’의 AI는 인류와 공존을 추구하는 인간성을 발휘하는 반면, 미국 군대는 AI의 말살이라는 비인간성의 밑바닥을 드러낸다. 이 영화가 ‘지옥의 묵시록’을 연상시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미군이 AI를 향해 폭탄을 투하하는 모습은 ‘발키리의 비행’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베트남을 폭격하는 ‘지옥의 묵시록’의 유명한 장면과 오버랩된다.
이 영화의 AI는 타자에 대한 ‘은유’다. 인간은 자신과 동일하지 않은 타자 AI를 배제하고 절멸시키려하는데, 이는 과거 제국주의 행태의 반복이다. AI 로봇 하룬(와타나베 켄)은 “이 전쟁에서 AI가 승리하면 서양은 어떻게 될지 아는가?”라고 묻는다. ‘터미네이터’를 비롯한 숱한 AI영화는 인간의 종말을 우려했다. 그러나 ‘크리에이터’는 타자와의 공존을 역설한다. AI가 이기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인간보다 더 많은 공감 능력을 갖고 있으니까.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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