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예 라인을 물어라.”
한국야구가 만약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못 딴다면, 대만에 진 게 아니라 이 투수에게 당했기 때문일 것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더블A 아마릴로 소드 푸들스에서 활약하는 좌완 린유민(20)은 올해 11경기서 5승2패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했다. 싱글A 13경기를 더하면 올 시즌 24경기서 6승5패 평균자책점 3.86.
린유민은 2일(이하 한국시각) 한국과의 예선라운드에 선발 등판, 6이닝 4피안타 6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좌타자 중심의 한국타선이 린유민에게 꽁꽁 묶이며 0-4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린유민은 당시 패스트볼 140km대 중반을 찍었고,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고루 섞었다. 좌타자 상대 몸쪽 패스트볼+바깥쪽 슬라이더 공식에 충실한 끝에 대어를 낚았다. 심지어 좌타자에게 몸쪽 체인지업도 넣었다.
린유민이 7일 한국과의 결승에 맞춰 다시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대만은 린유민을 처음부터 한국과의 예선과 결승에 맞춰 준비시킨 듯하다. 까다로운 좌완이지만, 공략은 충분히 가능하다. 더블A에선 특급유망주지만, 린유민을 공략 못하면 금메달 자격이 없다고 보고 사활을 걸어야 한다.
TV조선에서 이번 대회를 해설하는 KBO 351홈런에 3할만 14차례 때린 레전드, 양준혁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양신 양준혁을 통해 리뷰하고 있다. 린유민을 위협적인 투수라고 인정했지만, 공략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2일 대만전 직후 리뷰 방송에서 해법을 내놨다.
양준혁 해설위원은 “린유민이 결승에도 나온다. 나흘 쉬면 딱 맞다. 결승에 오늘과 같은 그런 방법으로는 또 당한다. 좌타자들은 타석에 들어가서 라인을 물어야 한다. 홈 베이스로 바싹 붙어서 몸쪽으로 들어오면 어깨 집어넣고 맞고 나가고 그래야 한다. 바깥쪽만 보고 쳐야 한다”라고 했다.
이른바 서호철(NC)식 대응을 해달라는 얘기다. 올 시즌 NC 주축 내야수로 거듭난 서호철은 배터박스에서 최대한 몸쪽으로 바깥 붙어 타격한다. 몸쪽으로 들어오면 맞고 나간다는 계획이고, 바깥쪽을 좀 더 확실하게 공략하는 장점을 갖는다. 한 마디로 바깥쪽을 강요하는 전략.
린유민은 2일 예선라운드서 실제로 좌타자 상대 몸쪽 승부를 즐겼다. 좌타자들이 몸쪽으로 최대한 붙어서 린유민에게 몸쪽 승부를 부담스럽게 해달라는 주문이다. 말은 쉬운데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누가 이겨내느냐의 싸움이다. 양준혁 위원은 6일 중국과의 슈퍼라운드를 중계하면서도 2일 첫 맞대결서 좌타자들이 몸쪽으로 바짝 붙어서 타격했다면 사구 3~4개를 더 얻어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무래도 몸쪽으로 붙으면 바깥쪽을 좀 더 정확하고 강하게 공략할 수 있다. 좌타자들은 바깥쪽 슬라이더를 밀어서 좌측으로 안타를 날리면 최상이다. 양준혁 위원은 “우리 타선의 주축이 좌타자다. 좌완이 나온다고 안 쓸 수는 없다. 그렇다면 린유민을 상대로 초반에 2~3점을 내야 한다. 빨리 마운드에서 끌어내야 한다”라고 했다.
대표팀도 나름대로 린유민 공략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대로 또 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한국 타자들은 6일 중국전을 통해 몸이 조금씩 풀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그동안 부진하던 강백호와 문보경이 한 방씩 터트렸다. 좌타자 강백호가 린유민을 공략해주면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
류중일호가 한국 베스트 전력이 아닌 건 맞다. 낯선데 위협적인 투수를 공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 연속 공략을 못하는 건 자존심 문제다. 한국이 금메달을 따려면 린유민을 무조건 공략해야 한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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