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저희가 부족한 탓입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9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WC) 결정전 NC 다이노스와 원정 맞대결에서 9-14로 패하며 올 시즌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훌륭한 시즌을 보냈지만, 끝 맛은 씁쓸했다.
김태형(現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두산은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두산은 정철원이라는 '신인왕'을 배출하는데 성공했지만, 정규시즌 60승 2무 82패 승률 0.423으로 부진했고, 베어스 구단 사상 첫 9위라는 수모를 떠안았다.
두산이 9위로 추락한 이유는 다양했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에이스'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아리엘 미란다가 시즌 초반부터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애를 먹는 등 여러모로 톱니바퀴가 맞물리지 않았다.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만큼 두산은 시즌이 끝난 뒤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두산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사령탑 교체였다. 두산은 임기가 만료된 김태형 감독과 재계약을 맺지 않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국민타자' 이승엽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두산은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고,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는 '최대어'로 불리던 양의지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이승엽 감독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마무리캠프 때부터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유망주들을 육성함과 동시에 일찍부터 2023시즌 준비에 나섰다. 그리고 4월 12승 1무 11패 승률 0.522의 성적을 거두며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고, 5월에도 11승 11패 승률 0.500을 기록했다. 두산은 6월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이승엽 감독이 이끈 두산은 구단 최다 연승인 11연승을 달리는 등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7월 성적은 무려 11승 5패. 이후 두산은 8월부터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는 모습이었지만, 9월 15승 1무 6패로 리그 1위를 질주하는 등 정규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인 끝에 74승 2무 68패 승률 0.521(5위)로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지난해 9위까지 떨어졌던 두산을 포스트시즌 무대로 복귀시키며 박수를 받아도 마땅한 시즌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승엽 감독과 두산은 정규시즌 홈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팬들로부터 '야유'를 들었다. 순위 경쟁을 이어가던 SSG 랜더스에게 패하면서 더 높은 순위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는 상황이었지만, 두산 팬들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팬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가운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지만, 두산의 가을야구는 짧았다. '1패'를 떠안은 채 출발한 와일드카드 결정전 경기 초반 두산은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믿었던 '토종에이스' 곽빈이 무너졌고, 미숙하고 아쉬운 투수 운용 등에 발목이 잡힌 끝에 9-14로 무릎을 꿇으면서 올 시즌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 덕분에 가을 야구를 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했던 첫 번째 목표는 가을 야구였다. 1차적으로 목표를 이뤘지만, 1경기 만에 끝나서 많이 아쉽다"면서도 "5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면서 더 높게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한 시즌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이어 사령탑은 "올해 타선에서 약점을 보였는데, 투수들이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따라서 정철원과 김명신의 투구 이닝이 많았다. 내년에는 두 선수의 비중을 높게 두기보다는 분산이 될 수 있도록, 과부하가 걸리지 않게 준비를 하겠다"며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올해 가을과 오프시즌을 통해 잘 메워서 내년에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단 한 경기 만에 포스트시즌 일정이 종료되자 뿔난 팬들은 구단 SNS 등을 통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비난은 쏟아졌다. 이에 이승엽 감독과 두산은 가을 무대를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종료 시점과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 일정을 마무리할 때까지 팬들의 응원을 받지 못한 채 시즌을 마치게 됐다. 그리고 두산은 급기야 사과문까지 게제했다.
두산 구단은 "감사했습니다. 저희가 많이 부족했습니다"라며 "1년간 한결같이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기대와 달리 더 높은 곳으로 오르지 못했습니다. 저희가 부족한 탓입니다. 다만,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기필코 미라클 두산의 저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두산 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1년 내내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야심차게 영입했던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이 스프링캠프 때 머리에 타구를 맞는 사고를 당하고,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 큰 기대감을 품었던 안재석과 김대한의 더딘 성장 등으로 힘겨운 시즌을 치렀음에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던 것을 고려했을 때 사과문까지 올리는 결말은 너무나도 아쉬웠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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