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혼나면서 배우는게 더 빨리 늘죠"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지난 25일 1~2군 선수단과 상견례를 가진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현역 시절 포수로 프로 무대를 밟았던 만큼 '안방마님'에 대한 질문도 빠질 수 없었다. 사령탑은 "지금 롯데 포수가 KBO리그 최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령탑의 만대로 롯데의 포수진은 현재와 미래가 모두 갖춰져 있다. 현재만 놓고 본다면 올 시즌에 앞서 4년 총액 80억원의 계약을 맺은 유강남이 있고, 미래 자원을 본다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손성빈과 올해 타격으로도 가능성을 드러낸 정보근 등이 있기 때문이다. 유망주들의 성장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향후 수년간 안방에 대한 고민은 없을 정도다.
여러 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이는 손성빈이다. 고교 시절 '이만수 포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손성빈은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았다. 손성빈은 데뷔 첫 시즌 20경기에서 타율 0.316으로 가능성을 드러낸 뒤 곧바로 상무에 입단해 올해 전역한 뒤 다시 1군 무대로 돌아왔다.
상무에서 타격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던 손성빈은 데뷔 첫 시즌보다 훨씬 많은 45경기에 출전하는 기회를 얻었고, 20안타 1홈런 15타점 13득점 타율 0.263 OPS 0.624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손성빈이 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도루 저지였다. 손성빈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수준의 팝타입(1.80초대)을 바탕으로 도루저지율 0.700(10회 중 7회)을 기록했다.
표본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손성빈은 리그에서 가장 높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하게 됐고, 이제는 더이상 손성빈 앞에서 2루 베이스를 노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이 같은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손성빈은 올해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발탁, 태극마크를 다는 기쁨까지 맛보게 됐다.
지난 26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된 마무리캠프 2일차 훈련 중 취재진과 만난 손성빈은 APBC 대표팀 승선에 대해 "U-23 대표팀을 제외하면 성인 대표팀은 처음이다. 리그에서 잘한 친구들, 형들이 다 모이기 때문에 엄청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며 "아시안게임과 같이 군 면제가 걸려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라면 이기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든다. 가서 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손성빈은 "아시안게임 멤버들이 그대로 나갈 줄 알았다. 솔직히 뽑힐 줄 몰랐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목표로 해왔는데, (김)형준이 형이 워낙 잘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기회가 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결국엔 형준이 형을 넘어서야 한다. 내게 기회가 왔을 때 잘한다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김태형 감독은 유강남과 손성빈으로 연결되는 롯데의 포수진에 대한 칭찬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손성빈의 ABPC 대표팀 승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유는 타격 때문. 사령탑은 "포수들의 타격을 조금 조정하고 싶다. 힘이 있는데, 본인의 힘에 맞는 스윙을 했으면 좋겠다. 충분히 장타를 칠 수 있어 보인다. 딱 잡아놓고 (공을) 때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면서 "수비쪽은…"이라고 말을 더 잇지 않았지만, 흠잡을 데가 없다는 평가를 보냈다.
일단 대표팀에 승선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겠다는 입장. 그는 "감독님께 배우는 것을 생각하면 기대가 된다"며 "포수 출신이라는 것이 굉장히 큰 것 같다. 다른 좋으신 감독님들도 많겠지만, 현역 시절 포수였고 더욱 특화가 돼 있으시다. 혼이 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 그만큼 많이 배울 것이라 생각한다. 원래 혼나면서 배우는게 더 빨리 실력이 늘고, 직접적으로 느껴진다"고 미소를 지었다.
올해 전역과 동시에 1군에 합류하는 등 정말 정신없는 시즌을 보냈지만, 많은 것을 배운 시즌이었다. 손성빈은 경기에 나서지 않는 날에는 구단별로 노트를 준비해 상대 타자의 반응을 살피고 기록하는 등 상대 팀을 분석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이제는 조금의 여유도 생겼다. 그는 "여유는 훨씬 많이 생겼다. 사실 1군에서 처음에는 숨이 안 쉬어지더라. 정말 힘들었는데, 주변에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아서 야구를 알고,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물론 타격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럴만한 이유도 있었다. 손성빈은 "방망이를 못 친다고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올해는 제대 후 수비에 포커스를 뒀다. 정말 수비만 생각을 했다"며 "반년 밖에 뛰지 못해서 점수를 매길 수는 없지만, 매 경기 느끼는 것을 적어나갔고, 내년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더 준비를 잘하고,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유강남과 정보근이라는 선배가 있지만, 결국 프로 무대는 경쟁이다. 잘하는 선수만이 살아남는다. 손성빈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는 "어느 부분이 뛰어나다는 모습보다는 확실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선수가 있어야 될 이유가 있을 정도로 잘해야 한다. 올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시즌은 훨씬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기가 너무 중요하다"며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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