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직설] UFC, 맥주회사와 스폰서십 →‘동반 몰락의 길’ 걷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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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회장 데이나 화이트./게티이미지코리아

UFC는 세계 인기 1위의 격투기. 그 인기가 맥주 거품처럼 사라질 것인가?

2024년 1월1일부터 UFC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지지 기반의 감정을 거스르며 돈을 쫓은 모험의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10월, UFC는 미국 맥주 버드 라이트를 생산하는 엔하이저 부시와 1억 달러(약 1,300억 원)의 다년 후원 계약을 맺었다. 종합격투기 시장에서 사상 최고의 계약 액수다.

발표가 나자마자 UFC에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이념에 오염되어 몰락하고 있는 버드 라이트가 격투기마저 망가뜨릴 것이란 주장이다. UFC의 최고 경영자인 데이나 화이트에게는 “돈에 미쳤다”는 등의 극단의 공격이 이어졌다.

■ 성전환 여자의 맥주 광고

버드 라이트는 생존을 위한 싸움 중에 있다. 버드 라이트는 원래 노동자 등 서민 계층이 즐기는 술. 남자들의 술로 유명하다. 생산회사인 엔하이저 부시는 이런 인상에서 벗어나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일대 모험을 했다. 지난 4월, 남자에서 여자로 성 정체성을 바꾼 뒤 소셜미디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딜란 멀베니를 광고에 등장시킨 것. 성 정체성, 인종, 성 소수자 등을 중시하는 문화(woke culture)를 따른 것이다.

딜란 멀베니./게티이미지코리아

‘그녀’는 뮤지컬 배우였으나 코로나 팬더믹 동안 소셜미디어에 성전환 과정을 연속으로 밝히면서 벼락 인기인으로 떴다.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성전환자들의 권리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더 유명해졌다. 그녀의 틱톡에는 1000만명 넘는 구독자가 있다. ‘소녀의 나날들’이란 연속 영상물은 10억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

버드 라이트의 성전환 여자 광고는 여성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이념을 선전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비쳐졌다. 일종의 정치도발이었다.

현재 미국은 이념 전쟁이 심각한 상황. 버드 라이트는 다양성, 포용 등의 이념을 실천한다며 이념 전쟁에 폭탄을 퍼 부었다. 짙게 화장한 ‘그녀’의 얼굴과 거품 목욕 사진이 담긴 버드 라이트 깡통이 나오자마자 맥주 시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맥주마저 정치선전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 진영의 분노는 거셌다. 버드 라이트 거부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다. 판매량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일주일 사이에 주식 가치가 25% 떨어졌다. 5월 현충일 연휴 때는 그 전해에 비해 판매가 60%나 줄어들었다.

7월 집계에 따르면 기업 가치 160억 달러, 판매량 25% 이상, 주식 가치 12%가 줄어들었다. 미국의 맥주 판매량 1위 자리에서 내려오고, 가장 인기 있는 맥주 15위로 떨어졌다. 경영 위기에 몰린 회사는 645명을 해고했다.

버드 라이트의 충격 시도에 젊은 세대의 56%는 좋게 반응했다. 그러나 X 세대와 베이비 붐 세대는 65%가 강하게 반발했다. 판매는 갈수록 줄어드는 데도 회사는 계속 남자들을 조롱하는 광고를 냈다. 이념의 덫에 빠진 탓이다. 결국 회사는 존망의 위기에 몰렸다.

억만장자인 빌 게이츠가 버드 라이트 구하기에 나섰다. 그는 게이츠 재단을 통해 엔하이저 부시 주식 170만주를 9,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성 소수자 권리 등을 적극 옹호하는 이념 동지로서 버드 라이트의 몰락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엔하이저 부시는 남자의 세계를 상징하는 UFC에 접근했다.

존 존스./게티이미지코리아

■ UFC의 버드 라이트 구하기

UFC는 1억 달러 계약을 맺은 뒤 “버드 라이트는 21세 이상 팬들에게 360도 프로그래밍을 통한 즐거움을 제공하며, 맞춤형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콘텐츠, 현장 참여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사회가 깜짝 놀랐다. UFC의 인상은 물론 평소 자신의 정치성향을 서슴없이 드러내 온 화이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거래였기 때문. 성전환 등이 상징하는 이념을 UFC와 화이트가 거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화이트는 “모든 사람들이 ‘돈을 위해서 한 거지!’라고 한다. 그러나 이 거래는 돈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화이트는 1993년에 만들어진 UFC를 2001년부터 맡아 세계의 스포츠로 키운 인물. 그는 버드 라이트가 “군대, 경찰 등 법집행 기관, 지방 농부들을 지원하기 때문”이라며 “UFC의 핵심 가치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의 변명은 “엉성했다.” 비판을 막지 못했다. 격투기 전문가는 “UFC가 그 돈을 불태우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번 후원계약이 사라질 때까지 더 이상 UFC를 보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거래.” “이 어처구니없는 계약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성전환을 상징하는) 무지개 선수복으로 무엇을 하려는가? UFC 구독을 취소했다.”

그러나 “성전환 인물이 광고한다고 이 맥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을 누가 신경 쓰느냐?”고 반박하는 이도 있다.

프로 스포츠는 돈 없이 생존할 수 없다. 경제전문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이트를 어떻게 비난할 것인가? 그는 UFC의 재정 건강을 위한 결정을 내렸다. 1억 달러를 거부할 미국인이 얼마나 있을까? 현명한 거래”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이념 선전에 앞장 서는 맥주 회사의 돈을 쫓는 것은 스포츠의 가치를 망가트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강하다. 화이트의 그동안 행태는 위선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화이트의 결단이 버드 라이트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남자들을, 서민들을 조롱하는 광고를 냈다며 버드 라이트에 분노하는 관객들이 UFC에도 등을 돌려 함께 몰락할 것인가?

한국에서도 UFC는 인기 스포츠. 김동현, 정찬성 등이 한국의 격투기 실력을 세계에 널리 알렸다. 내년 1월부터 후원이 시작된다. UFC의 버드 라이트 구하기가 실패할 경우 한국에도 그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손태규 교수는 현재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로 재직중이다.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스포츠, 특히 미국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많다. 앞으로 매주 마이데일리를 통해 해박한 지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손태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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