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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골드글러브 내야수 김하성이 2억 8000만 달러(약 3672억 원) 유격수 잰더 보가츠를 밀어낼 수 있을까.
미국 'MLB.com'은 10일(이하 한국시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A.J.프렐러 단장과 메이저리그 연례 단장 회의를 마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는 밥 멜빈 감독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떠나 공석을 남은 감독 선임에 대한 이야기와 선발 로테이션, 부상 업데이트 등 다양한 소식이 있었다. 그 중 주목할만한 점은 유격수 자리에 대한 이야기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주전 유격수는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672억 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한 잰더 보가츠가 맡았다. 2009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보가츠는 2013년부터 10시즌 동안 보스턴에서만 활약했다.
보가츠는 데뷔 시즌이던 2013년과 2018년 보스턴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다. 2022시즌 보가츠는 연장 계약을 거절하고, 시즌 종료 후 '옵트아웃'을 선언해 FA가 됐다. FA가 된 보가츠에게 접근한 팀은 김하성의 소속팀 샌디에이고였다.
샌디에이고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김하성이라는 훌륭한 자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FA로 보가츠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적 후 가장 큰 관심거리는 보가츠의 포지션이었다. 영입과정에서 샌디에이고는 보가츠가 유격수 자리를 포기하기를 바랬으나, '악마의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따라서 부상을 많이 당했던 '유리몸' 타티스 주니어가 우익수로 이동했고, 김하성과 주전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당시 샌디에이고 사령탑었던 밥 멜빈 감독(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은 김하성을 2루수로, 2루수였던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1루수로 옮기며 보가츠에게 주전 유격수 자리를 맡겼다.
보가츠는 타격에서 확실히 자신의 장점을 발휘했다. 155경기에서 타율 0.285(596타수 170안타) 19홈런 58타점 83득점 출루율 0.350 OPS 0.790을 마크했다. 공격에서 확실한 장점을 보여준 보가츠는 2023 실버슬러거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수비가 문제였다. 보가츠는 2023시즌 유격수 DRS(Defensive Run Saved, 수비기여도) -4를 기록하면서 수비에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20경기 153⅓이닝 밖에 출전하지 않았던 김하성이 유격수 DRS +3을 올리며 유격수 수비기여도가 더 높았다. 지난 시즌 풀타임 유격수로 뛰었던 김하성이 DRS +10을 기록한 것을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시즌이 끝나자 김하성이 유격수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지난달 미국 '디 애슬레틱'의 데니스 린 기자는 샌디에이고 유격수에 가장 적합한 선수는 김하성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MLB.com 역시 이날 "1년이 지난 지금 김하성은 여전히 최고의 수비형 유격수 중 한 명으로 남아있다"며 "그는 2루수에서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크로넨워스가 1루수로 밀려나면서 그의 가치가 제한됐다"고 전했다.
보가츠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보가츠는 2013년부터 유격수에서 8경기를 뛰었고,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보스턴의 주전 유격수로 나섰다. 보가츠는 "나는 내가 유격수 수비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가츠보다 김하성이 내야 전 지역에서 훨씬 더 좋은 수비를 펼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김하성은 올 시즌 3루수, 유격수, 2루수 등 세 개의 포지션을 소화하며 총 DRS +16을 올렸고,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부문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며 뛰어난 수비 실력을 인정받았다.
타격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김하성은 올 시즌 152경기 타율 0.260(538타수 140안타) 17홈런 60타점 84득점 출루율 0.351 OPS 0.749를 찍으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홈런은 단 2개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며 출루율과 득점, 타점 부문에서는 김하성이 더 뛰어난 기록을 세웠다. 김하성 역시 실버슬러거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MLB.com은 "샌디에이고가 지난 겨울 보가츠를 영입했을 때 보가츠에게 2023년 주전 유격수 자리를 분명히 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 이상의 보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라며 2024시즌 보가츠의 유격수 자리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 역시 "우리는 유격수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가 여러 명이 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는 것은 축복 받은 일"이라며 "보가츠는 2023시즌 정말 잘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새로운 감독을 고용할 때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설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그의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샌디에이고는 마이클 쉴트, 라이언 플라허티, 벤지 길이 유력한 감독 후보로 꼽혔으나, 최근에 LA 에인절스를 2023시즌까지 이끌었던 필 네빈 감독의 면접을 진행하며 감독 선임 작업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진 상황이다.
노찬혁 기자 nochanhyu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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