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김건호 기자] "가장 행복했던 시즌인 것 같습니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은 18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카넥스트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23(APBC) 조별리그 최종전 대만과의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1자책) 3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으로 호투를 펼쳤다.
일본이 3승으로 결승에 진출한 상황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한국과 대만이 맞붙었다. 반드시 승리해야 결승에 올라가는 상황이었고 원태인이 선발 투수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경기 전 류중일 감독은 원태인의 호투를 기대했다. 사령탑은 "야구는 투수 싸움이다. (원)태인이가 얼마나 점수를 안 주고 가느냐가 관건이다"며 "선발 투수가 빨리 무너지면 불펜 운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워진다. 이제 남은 경기가 2경기뿐이다. 태인이가 최대한 4~5이닝까지 가줬으면 좋겠다. 필승조 운영은 상황 보고 하겠다. 상대 타순에 맞추겠다"고 밝혔다.
원태인의 출발은 좋았다. 1회초 선두타자 궈텐신이 기습 번트를 시도했지만, 타구가 1루수 노시환 쪽으로 강하게 굴러갔고 1루수 터치 아웃으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어 치우즈청을 우익수 뜬공, 천제슈엔을 2루수 땅볼로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2회 원태인에게 첫 위기가 찾아왔다. 선두타자 류지홍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류지홍의 타구가 담장 상단을 맞고 나왔다. 그러나 원태인은 위기를 깔끔하게 넘겼다. 위에정화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고 허헝요우와 린징카이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원태인은 3회에도 위기에 몰렸다. 선두타자 장정위가 1루수 노시환의 송구 실책으로 출루했다. 공이 뒤로 빠졌고 그사이 장정위는 2루까지 갔다. 이어 다이페이펑의 진루타로 1사 3루가 됐다. 하지만 다시 한번 원태인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궈텐신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는데, 3루 주자 장정위가 홈으로 들어오기에는 짧은 타구였다. 이어 치우즈청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원태인은 4회 선두타자 천제슈엔과 13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하지만 앞선 타석에서 2루타를 때린 류지홍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몸쪽 높게 들어간 148km/h 포심패스트볼을 류지홍이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이후 원태인은 위에정화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허헝요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은 뒤 린징카이에게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4회를 1실점으로 막은 원태인은 5회초 장정위를 삼진, 다이페이펑을 삼진, 궈텐신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삼자범퇴 이닝을 기록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후 6회부터 불펜진이 가동됐다. 김영규(1이닝)~최승용(1이닝)~최지민(1이닝)~정해영(1이닝)이 차례대로 올라와 리드를 지키며 결승 진출행을 확정했다.
원태인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에 힘입은 한국은 대만을 6-1로 꺾고 조 2위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오는 19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 결승전을 치른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류중일 감독은 "원태인이 5회까지 잘 던져줬다. 후반에 나온 투수들도 잘 던졌다"며 "한국 야구 투수진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원태인은 "최대한 긴 이닝을 던지려 했다. 볼넷이 없도록 공격적인 투구를 하자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며 "물론, 피홈런이 하나가 있긴 했지만, 무사사구로 5이닝까지 책임질 수 있었다. 기분 좋은 투구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2회 무사 2루 위기를 뜬공 하나와 2탈삼진으로 막았다. 그는 "포수 (김형준) 리드를 많이 따라갔다. 실투를 최대한 던지지 않으려 했다"며 "보더라인 끝 쪽을 공략하면서 주 무기인 체인지업을 많이 활용했다. 그것이 위기 상황에서 삼진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밝혔다.
원태인은 지난 2021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APBC 무대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섰다. 도쿄 올림픽과 WBC에서는 부진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투구를 했고 APBC에서도 맹활약했다.
원태인은 "WBC는 나에게 있어 가장 큰 경험이자 뜻깊은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약팀을 상대한 것이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좀 더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오늘 경기도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있을 국제대회에서도 좀 더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경기였으면 한다"고 했다.
원태인은 올 시즌 바쁜 하루를 보냈다. 시즌을 앞두고 WBC에 참가했으며 정규 시즌을 소화한 뒤 10월 중국 항저우로 떠나 아시안게임 일정을 소화했다. 시즌을 마친 뒤에는 APBC 대표팀에 합류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원태인은 "정말 길기도 길었고 솔직히 많이 힘든 것도 있었는데, 대만전이 나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승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경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며 "많이 준비했고 그 마음을 담아 경기를 치렀던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한 시즌이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도쿄(일본)=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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