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정우성 "12·12사태라는 무대 위에서 이태신 만들 때 모든 걸 배척해야 했다"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뼈와 살을 만들어야 하는 막연함이 있었다."

12·12 사태 배경 영화 '서울의 봄'에서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호연한 배우 정우성(50)의 말이다. 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을 극화한 이태신은 등장인물 중 가장 많은 가공을 거쳤다.

영화 '아수라'(2016), '태양은 없다'(1999), '비트'(1997) 김성수 감독의 신작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흐름을 뒤바꾼 12·12 군사반란에 상상력을 가미했다. 그동안 이 사건을 다룬 TV 드라마는 있었지만 영화는 '서울의 봄'이 처음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10·26 사태에서 나아가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의 합동수사본부장 임명, 군사반란 이후 오만한 승리에 취한 신군부 세력의 실상까지 차근차근 짚어나간다. 권력에 눈 먼 보안사령관 전두광이 중심인 반란군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진압군이 큰 축으로 나뉘어 대립한다.

정우성이 전두광과 대척점에 선 수경사령관 이태신 역이다. 전두광에 맞서 끝까지 대항하며 서울과 국민을 지키려 하는 이태신은 '미더운 배우' 정우성과 어딘가 닮았다. 지난한 투쟁에도 부조리를 꺾을 수 없단 사실을 깨달은 뒤 짓는 공허한 눈빛과 표정이 유독 뇌리에 남는다.

배우 정우성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만난 정우성은 '서울의 봄'이 각종 시사 이후 만장일치 호평을 끌어내며 흥행 신호탄을 쏘아올린 소감을 묻자 "극장 상황이 안 좋은 걸 아니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제발 손익분기점(BEP)만 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김 감독과 다섯 차례나 협업한 정우성은 "김 감독이라면 일단 50%는 마음이 기운다"라며 "김 감독께서 '너 아니면 안 해'라고 하셨다. 신뢰는 절대적이지만 외피적인 요소로 인해 관객의 접근이 어려울까봐" 이태신이 되는 걸 고민했다고 터놨다.

김 감독을 "큰형"이자 "현장을 느끼게 해준 엄청 좋은 선배"라 칭한 정우성은 "무한 신뢰한다. 잘 찍으시잖냐"라고 웃어 보였다.

"배우로서 '내 경력 정도 되면 이 시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스스로 의미 부여하며 선택해왔다. 김 감독께서 옆에서 지켜봤을 때 선배로서 '바람직하네? 저 놈?'이라고 해주신 게 아닌가"라고 겸손해했다.

정우성은 "12·12라는 사태의 무대 위에서 이태신을 만들 땐 모든 걸 배척해야 했다"고 했다. "김 감독께서 참고하라고 제가 UN 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인터뷰한 영상을 계속 보내주셨다. '이태신은 이랬으면 좋겠어'라고 하셨다. 인터뷰에 임하는 정우성의 자세였던 것 같다"라고 알렸다.

"사태가 벌어졌을 때 불같이 달려드는 무리를 대하면서 감정적이지 않고 본분을 지키는 이성적 사고와 차분함을 이태신에게 얹길 원하셨다"라고 부연한 정우성이었다.

이태신은 실존 인물에 김 감독의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했다. 정우성은 "새롭게 만들어낸 이태신이 어떤 자세여야 하는지 '0'에서 만들어가야 했다. 김 감독의 확신은 제가 못 본다. 내 사전 안에서 단어의 의미가 김 감독과 다르잖냐. 접점을 찾는 건 이태신이 돼서 연기하면서 확인하는 거다. 촬영은 확인의 연속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정우성은 또한 "행위를 할 땐 어떠한 의심 없이 확신을 갖고 하지만 불안감은 떨칠 수 없었다"라며 "뼈와 살을 만들어야 하는 막연함이 있었다. 막연함은 더 많은 관찰과 고민을 만들더라"라고 전했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스틸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정우성은 파동의 중심인 전두광을 배우 황정민이 맡는다는 걸 알고 "만만치 않겠더라"라고 느꼈다며 "'타죽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황정민이 만드는 전두광이 주는 힘이 있을 거다. 잘해냈을 때 얼마나 쫀쫀하겠냐. 잘해야 한다는 부담과 두려움을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했다"고 돌이켰다.

"황정민의 연기를 보며 징글징글했다"며 "기가 빨리는 느낌을 받았다. '난 잘한 건가?'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맞는 건 없잖냐. 인간이기에 확실성을 스스로 찾으려 했다"라고 솔직하게 터놨다.

1994년 영화 '구미호'에서 시작해 올해로 연기 30년차를 맞은 정우성에게 '이태신은 어떤 역할로 남을지' 묻자 "부담스러운 역할로 남을 것 같다.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란 답이 돌아왔다.

'서울의 봄'은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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