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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브라질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시청자’ 모드로 봐야 할 수 있다. 홈경기에서 벌어진 유혈사태 때문이다.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은 23일(한국시간) “국제축구연맹(FIFA)이 브라질-아르헨티나 경기에서 벌어진 유혈사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브라질은 월드컵 남미 예선 승점 삭감 또는 무관중 경기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축구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폭력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선수와 관중, 스태프, 관계 모두 축구를 안전하게 즐기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관계 당국이 철저히 조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브라질 축구연맹(CBF)은 “신중하게 조사하겠다. 군사 경찰과 긴밀하게 대화하며 해당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짧은 입장만 밝혔다. 홈 응원석과 원정 응원석 사이에 안전지대를 설치하지 않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CBF는 책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지난 22일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남미 예선 6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0-1로 졌다. 이로써 브라질은 남미 예선 3연패에 빠져 6위로 내려앉았다. 아르헨티나는 1위다.
킥오프 직전 관중석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아르헨티나 원정팬 주변에 있던 브라질 경찰들이 아르헨티나 관중들을 곤봉으로 진압했다. 이들은 곤봉을 거칠게 휘두르며 아르헨티나 팬들을 폭행했다. 일부 팬들은 머리에 곤봉을 맞고 피를 흘렸다. 2명이 들것에 실려 후송됐다. 이 자리에는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가족도 있었다.
정상적으로 경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메시와 아르헨티나 선수 전원이 관중석 앞으로 달려가 경찰을 제지했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는 직접 관중석 난간에 매달려 경찰의 곤봉을 빼앗으려 했다. 그럼에도 사태는 잠잠해지지 않았다.
결국 주장 메시가 아르헨티나 선수 전원을 데리고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경기를 거부한 것이다. 약 10분이 지나서 사태가 진정됐다. 그제야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와 경기를 진행했다. 경기 중에는 양 팀 선수들이 거친 신경전을 벌였다. 브라질 미드필더 조엘링톤은 아르헨티나의 로드리고 데 폴의 얼굴을 밀쳐 퇴장을 당했다.
메시는 ‘TyC 스포츠’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며 “우리 선수 가족들이 해당 관중석에 있었다. 관중석 소요 사태에 신경이 쓰여서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라커룸으로 들어간 건 소요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관중석 아래 그라운드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르헨티나 팬들이 브라질 경찰에게 맞는 걸 보고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또한 “최근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남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브라질 경찰의 과잉진압 행위가 있었다. 브라질은 축구보다 진압 행위에 더 신경 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아르헨티나 팬 에우헤니오는 ‘TyC 스포츠’를 통해 “가만히 있었는데 브라질 경찰들이 몰려와 곤봉을 휘둘렀다. 나는 그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맞고 넘어져 기둥이 머리를 박았다. 그 후로 아무 기억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신을 차려 보니 들것에 누워있었다. 손에 수갑도 채워져 있었다. 내가 엑스레이를 찍는 동안 브라질 경찰들은 내 옆에서 셀카를 찍었다. 내가 다친 걸 보고 자신들이 영웅인 것처럼 행동했다”고 분노했다.
브라질은 FIFA 월드컵 최다 우승팀이다. 1958, 1962, 1970, 1994, 2002년 대회에서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가슴에 별 5개를 새길 수 있는 이유다. 브라질 다음으로 독일, 이탈리아(이상 4회), 아르헨티나(3회), 프랑스(2회)가 월드컵 우승컵을 자주 들었다.
그렇기에 이번 3연패가 더욱 치욕적이다. 브라질이 A매치 3연패를 당한 건 22년 만의 수치다. 지난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월드컵 남미 예선, 코파 아메리카 등을 치르면서 프랑스, 호주, 우루과이, 멕시코에 4연패를 당했다. 남미 예선에서만 3연패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악의 경우 승점 삭감 징계를 받으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게 된다. 월드컵 남미 예선은 총 10개 팀이 참가한다. 상위 6개 팀만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 나선다. 6위 브라질은 더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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