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강민(41, 한화 이글스)은 충격 속에 ‘원클럽맨’ 수식어를 뗐다. SSG 랜더스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뼈 아픈 사실을 확인했다.
프로는 정글이다. 프랜차이즈의 낭만은 사라졌다. 김강민의 2차 드래프트 한화행 이전부터,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 빈도는 점점 증가했다. 선수는 돈이 중요하고, 구단은 과거보다 미래, 현재 성적 이상으로 미래 성적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SSG의 김강민 35인 보호명단 제외는 이해된다.
단, 김강민은 자신의 선택이 아닌, 구단의 선택으로 원클럽맨 수식어를 내놨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여전히 프랜차이즈 팬들에겐 불편하게 다가간다는 게 여실히 확인됐다. 만약 김강민이 FA 계약으로 한화로 갔다면 SSG가 이 정도로 팬들에게 엄청난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프랜차이즈 스타가 FA 시장에서 돈과 행복, 명예를 찾아 떠나는 건, 예전에 비해 큰 비판을 받지 않는다. 물론 이 경우에도 프랜차이즈 스타를 빼앗긴 팀은 팬들로부터 아쉬운 소리를 듣기는 한다. 그러나 이럴 경우 선수 본인의 ‘자유 의지’라는 핑계를 댈 수 있다.
그러나 2차 드래프트처럼 구단의 선택에 따른 프랜차이즈 스타와의 결별은, 핑계를 대기도 어렵다. SSG가 김강민을 35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할 것이었다면, 2차 드래프트가 열리기 전에 김강민과 거취 관련 결정을 확실하게 내려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더구나 10월 말 준플레이오프 이후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있었다.
SSG는 김강민을 한화로 보냈으니 미래 동력을 한 명이라도 더 챙겨야 한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프랜차이즈의 낭만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판타지를 일부러 더 깰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팬들이 현실보다 이상, 감성에 중점을 두고 프로스포츠를 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저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야구를 1차원적으로 좋아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팬들이 굳이 구단의 샐러리캡 계산의 어려움, 압박 혹은 리빌딩의 현주소를 공감할 필요가 있을까. 공감해주면 구단들로선 고마운 일이지, 팬들에게 강요할 일은 아니다. 팬들에게도 일상과 현실의 어려움이 있다. 오히려 그걸 잊으려고 야구를 찾는 사람이 많다.
다시 말해 구단들은 팬들에게 프랜차이즈의 낭만이 깨졌으니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할 자격은 없다. SSG는 김강민을 놓쳤다는 팬들의 성토를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남아있는 프랜차이즈 스타들, 특급스타들과 잘 헤어지면 된다. 어차피 평생 현역인 선수는 없고, 프랜차이즈 스타도 언젠가 팬들과 헤어져야 한다.
최정은 2024년, 김광현은 2025년까지 계약됐다. 이와 별개로 이들의 은퇴 시점은 누구도 알 수 없다. SSG는 이들과의 마지막을 최대한 잘 장식하고, 팬들과 아름답게 헤어지게 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이들보다 먼저 현역을 마칠 가능성이 큰 추신수 역시 마찬가지다. 이 정도의 프랜차이즈 스타, 슈퍼스타들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명분이 있다. 팬들이 생각하는 프로스포츠에 남아있는 최소한의, 마지막 낭만은 존중 받을 필요가 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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