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청담동 심혜진 기자] 한국시리즈 직전 감독 내정설이 흘러나와 마음고생 했던 이호준 LG 트윈스 코치가 솔직한 심경을 과감없이 드러냈다.
이호준 코치는 지난 8일 서울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23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에서 프로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이 코치는 선수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LG 타선을 리그 최고로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LG는 팀 타율(0.279), 출 루율(0.361), 장타율(0.394) 모두 1위에 올랐다.
이호준 코치는 수상 후 "선배님들께서 주시는 상이라 더 영광이다. LG에서 코치 생활할 수 있게 불러주신 차명석 단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올 시즌 타격 방향성에 대해 명확하게 뚜렷하게 지시해주신 염경엽 감독님 덕분에 선수들 성적도 굉장히 좋았다. 그 부분을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받아줘서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 제 옆에서 늘 묵묵하게 정직하게 옆에서 잘 도와주는 모창민 타격 코치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 코치는 "올 시즌 팀이 통합 우승을 했는데 남들보다 못 즐겼다. 내년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서 올해 못 즐긴 것을 두 배로 즐기고 싶다"고 밝혔다.
이 코치의 수상 소감은 한국시리즈 직전 불거진 감독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한다.
LG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김원형 전 감독 경질로 공석이던 SSG 랜더스 감독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후에는 최종 면접 후보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호준 코치로서는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보도가 나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이 코치는 SSG 감독이 되지 않았다. SSG는 이숭용 전 KT위즈 육성총괄을 제9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시상식 후 만난 이호준 코치는 "인터뷰나 방송할 때 거짓말은 못한다"고 말문을 연 뒤 "사실 좀 억울했다.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하고 다들 즐기고, 길거리만 다녀봐도 사람들은 즐기고 있는데 난 갑자기 피해자가 돼서 피해 다녀야 했다. '내가 왜 이렇게 다녀야 하나' 생각이 들어 사실 좀 우울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승을 하고 일주일 정도 아예 집에서 밖에 나오지 않고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이호준 코치는 지난달 30일 한 시상식에서도 '올해의 코치'로 뽑혔지만 시상식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코치는 "옷을 입는데 안되겠더라. 그래서 전화를 드려 (불참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면서 "오늘은 피하지 말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생각을 한 끝에 '내가 왜 피해자가 돼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오늘 시상식도 용기내서 나온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번 일로 가족들도 마음고생을 했다.
이 코치는 "아들 2명이 모두 야구를 한다. 그런데 나 때문에 피해를 봤다. 감독설 보도가 나온 후 여기저기서 많이 물어본 것 같더라. 감독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아들들이 위로해줬지만 힘들어했던 것 같다"며 "특히 큰아들과 같이 술 한잔 하는데 야구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 너무 미안하고 가슴 아팠다. 내가 문제다. 가족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해 슬프다"고 밝혔다.
이제는 털어냈다. 이호준 코치는 내년을 바라본다. 그는 "팀이 29년 만에 우승을 했는데 못 즐긴 것이 너무 아쉬워서 내년에 우승하면 더 오버할 생각이다. 기절이라도 해볼까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호준 코치가 마음고생을 한 부분은 임찬규도 잘 알고 있다. 임찬규는 "코치님이 시즌 중후반쯤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면서 선수들에게 굉장히 미안해하셨다. 저한테는 투수들한테 얘기 좀 잘해달라고 하셨다. 이 자리를 빌어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전혀 미안해 하지 않으셔도 된다. 선수들 역시 (오)지환이 형을 필두로 다 같이 뭉쳐있었고, 이호준 코치님을 존중했기 때문에 미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면서 "지금부터라고 짧게나마 즐겼으면 좋겠고, 만약에 그게 안 되신다면 내년에 즐기실 수 있게 선수들이 (우승을) 해낼 거라고 믿고 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청담동=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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