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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모두가 '악마'라고 부르지만,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에게는 그야말로 '은인'과도 다름이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다.
미국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을 비롯한 현지 복수 언론은 13일(한국시각)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이정후는 4년을 뛴 후 새로운 계약을 통해 행선지를 물색해 볼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89억원)을 체결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을 때부터 현지 언론을 비롯한 빅리그 구단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2023시즌이 끝난 뒤 스토브리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정후를 향한 '인기'는 절정에 달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흉년'으로 불릴 정도로 주목할 만한 선수가 많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포스팅을 통해 빅리그 입성을 노리는 이정후에게는 '이점'으로 작용됐다.
이정후를 향한 열기는 분명 뜨거웠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단장 회의가 열린 당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빅리그 절반 이상의 구단이 이정후에 대한 문의를 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수를 '세일즈' 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라스가 구단들의 흥미를 끌고,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멘트였던 것으로 보였으나, 이는 허풍이 아니었다. 며칠 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은 이정후를 쫓는 팀이 20개 구단이라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복수의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만큼 현지 언론이 예상한 몸값도 예사롭지 않았다. 미국 'CBS 스포츠'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6년 9000만 달러(약 1186억원)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디 애슬레틱'과 '뉴욕 포스트', 'ESPN',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 등 이외의 복수 언론 또한 이정후가 5000만 달러(약 659억원) 수준의 결코 적지 않은 계약을 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뒤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이정후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먼저 빅리그에 입성한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4+1년 3900만 달러), 류현진(당시 LA 다저스 6년 3600만 달러)의 계약을 4~5배 웃도는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계약은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로는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의 1억 5500만 달러(약 2043억원)에 이은 2위에 해당 될 정도였다.
아직 이정후의 계약과 관련된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정후가 1억 1300만 달러를 모두 보장받을 경우엔 샌프란시스코 선수단 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된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선수는 작 피더슨(1965만 달러)였다. 하지만 피더슨이 FA 자격을 통해 시장에 나가게 되면서, 이정후는 연평균 1800만 달러(약 237억원)를 받는 로건 웹과 마이클 콘포토를 제치고, 연봉 1833만 달러(약 241억원)로 구단 '연봉킹'으로 등극하게 된다.
이정후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큰 계약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의 영입에 진심이었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 피트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가 발목 수술의 재활에 임하고 있을 당시 훈련 과정과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고척스카이돔을 방문했다. 그리고 때마침 '고별전'을 치르는 기회가 마련됐는데, 이정후가 빅리그 입성을 앞두고 마지막 타석을 마치자 푸틸라 단장은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때마침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스토브리그 때부터 전력 보강에 혈안이 돼 있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영입전에서 양키스에 패했고, 카를로스 코레아 또한 영입 직전에 메디컬 테스트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계약이 무산, 올해도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품에 안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들이 겹치면서 샌프란시스코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이정후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정후가 1억 13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계약을 맺으면서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보라스다.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서는 '악마'로 불린다. 구단이 군침을 흘릴 만한 선수 대부분을 보라스코퍼레이션이 보유하고 있는데, 매년 구단들의 경쟁을 붙여 엄청난 규모의 몸값을 받아내기 때문이다. 이미 몸값이 비싼 선수는 더 비싸게, 평범한 몸값이 예상되는 선수들에게도 엄청난 규모의 계약을 안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악마', 선수들 입장에서는 '은인'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한국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보라스는 지금껏 수차례 한국인 메이저리그에게 '잭팟 계약'을 안겼다. 이번 샌프란시스코와 이정후의 계약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추신수도 있다.
박찬호의 경우 LA 다저스에 입단할 때부터 보라스와 함께했는데, 8시즌 뛰고 처음으로 얻은 FA 자격을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6500만 달러(약 858억원)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당시가 2000년 초반으로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계약을 안겼다. 그리고 보라스는 추신수에게도 '돈방석'을 안겼다. 추신수 또한 FA 자격을 얻었을 당시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약 1716억원)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보라스는 현재 류현진과도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보라스는 류현진이 한화 이글스에서 다저스로 행선지를 옮길 때 6년 3600만 달러(약 475억원)의 계약을 이끌어냈고, FA 자격을 얻었을 때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1056억원)의 계약을 따냈다. 이외에도 짧은 계약을 맺은 사례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한국인 메이저리거에게 안긴 금액만 무려 4억 2400만 달러(약 5596억원)에 달한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는 '악마'로 평가받지만, 선수들에게는 '천사'와 다름이 없는 보라스. 한국인 메이저리거를 비롯해 수많은 선수들이 보라스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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