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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좋은 차를 사주면 등번호를 줄게"라는 농담이 현실이 됐다.
미국 '다저 블루'와 일본 현지 복수 언론은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각) 오타니 쇼헤이 LA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게된 조 켈리의 아내에게 '포르쉐'를 선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오타니가 켈리의 아내 애슐리 켈리에게 포르쉐를 선물하게 된 이유는 지난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다가 2019년부터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2020년 월드시리즈(WS) 우승에 큰 힘을 보탰던 켈리가 1년 계약을 맺으며 2024시즌에도 다시저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게 됐다.
켈리는 2020시즌이 종료된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팀을 옮겼는데, 올해 트레이드 마감에 앞서 다저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저스에서 11경기에 등판해 1승 무패 2홀드 평균자책점 1.74의 매우 훌륭한 성적을 남겼고, 재계약을 통해 동행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당시 켈리의 잔류 소식은 다저스 팬들에게는 마냥 기쁜 일은 아니었다.
켈리는 메이저리그 시절 줄곧 17번의 등번호를 사용해왔다. 특히 다저스에서도 17번의 번호를 고집했는데,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LA 에인절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오타니가 사용해오던 번호와 같았다. 특히 켈리가 1년 계약에 합의한 당시에는 오타니의 영입전이 한창이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다저스 팬들은 켈리의 잔류로 인해 오타니가 왔을 때 17번의 번호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당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팀 카플소는 "모든 다저스 팬들이 켈리와 재계약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켈리의 영입 소식이 몇몇 팬들을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오타니를 FA로 영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켈리가 다저스와 동행을 약속했을 때는 오타니의 행선지가 정해지지 않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뒤 오타니 영입전의 최종 승리자는 다저스가 됐다. 다저스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10년 7억 달러(약 9121억원)이라는 전세계 프로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제시한 끝에 '이도류'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오타니의 다저스행이 확정된 후 '17번'의 번호를 누가 사용하게 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켈리의 아내 애슐리 켈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켈리'의 이름과 함께 '17번'의 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자신의 집 마당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리고 흰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는 켈리의 등에 파란색 매직으로 '99번'을 새겨 넣으며, 오타니에게 등번호를 양보할 뜻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그리고 켈리는 오타니에게 17번의 번호를 흔쾌히 양보했다.
이후 오타니와 켈리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바로 다저스 구단의 자선 행사. 당시 켈리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17번을 양보하지 않았었다. 학창 시절부터 애착이 있는 번호였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남자(오타니)에게 번호를 넘겨주고, 17번과 작별을 고했다. 오타니가 '땡큐'라고 말하더라"며 "오타니는 훌륭한 인품을 가진 선수로 함께 뛸 수 있는 것이 설렌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취재진과 만난 켈리는 '등번호' 이야기에 대한 질문을 피해가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등번호를 양보해준 선수에게 선물을 주는 관례가 있다. 추신수가 SSG 랜더스에 입단했을 때도 이태양이 '17번'을 양보했고, 추신수는 고가의 시계를 선물로 안긴 바 있다. 마찬가지로 켈리 또한 선물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는 듯 "리스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말을 아꼈는데, 24일 켈리의 집 앞에 포르쉐가 배달돼 왔다.
공개된 영상에서 켈리는 "(오타니) 쇼헤이가 네게 포르쉐를 선물하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고, 애슐리 켈리는 깜짝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포르쉐의 경우 대부분의 차량이 1억원을 넘을 정도로 고가의 차량이다.
여기서 켈리가 25일 팟캐스트 'Baseball Isn't Boring'에 출연해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었다. 켈리는 "나는 메이저리그에서 서비스 타임이 11년째다. 오타니보다 2배 가까이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고 말 문을 열며 "오타니에게 '좋은 차를 사주면 등번호를 양보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실 켈리가 건넸던 말은 '농담'이었는데, 센스가 넘치는 오타니가 실제로 포르쉐를 선물하게 됐던 것이다. 일본 '풀카운트'는 "켈리는 실제로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타니의 판단으로 농담이 현실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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