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발표, 동료에 대한 도리"…봉준호→윤종신, 故이선균 방지법 제정 촉구 [MD현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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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연대회의. /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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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문화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배우 故 이선균 사망 사건 관련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이선균 방지법' 제정을 위한 협력을 예고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을 발표했다. 사회는 배우 최덕문이 맡았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선균과 영화 '기생충'에서 호흡을 맞춘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이원태 감독,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배우 최덕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고영재,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최정화 등이 참석했다. 최초 참석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배우 김의성과 장항준도 추가 합류를 알렸다.

기자회견은 최덕문의 사회 아래 별도의 질의응답 및 포토타임 없이 진행됐다. 단체 소개 및 경과보고, 설명서 발표, 참여 단체의 발언과 향후 계획 발표가 차례로 이어졌다. 성명서 낭독은 김의성, 봉준호, 윤종신, 이원태 순으로 맡았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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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의성은 "이선균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 간이 시약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위한 시약 채취부터 음성 판정까지의 전 과정이,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사건 관련성과 증거능력 유무조차 판단이 어려운 녹음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 그는 19시간의 수사가 진행된 3번째 소환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됐다"며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하여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힌다"라고 성명서 발표 이유를 밝혔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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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수사당국에 요구사항을 전했다. 그는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판정이 난 지난 11월 24일 KBS 단독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수사당국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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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은 언론 및 미디어에 질문을 던졌다. 그는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혐의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특히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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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원택 감독은 정부 및 국회에 요구사항을 전했다. 그는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며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대회의의 향후 계획을 전한 것은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였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말씀드린 바와 같이 피의사실 공표 및 유출로 인한 여러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한 헌법적 보완을 촉구하는 차원으로 본 성명서를 국회의장님께 전달할 예정"이라며 "불법적인 수사 관행과 상대 저널리즘으로 치우치고 있는 언론의 자성을 촉구하기 위하여 경찰청과 KBS에 대해서도 성명서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또한 "이 사건을 계기로 여러 단위에서 언급이 되고 있는 속칭 '이선균 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하여 뜻을 같이하는 모든 단체와 함께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또한 각 단체에서 말씀해 주신 여러 의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함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배우 故 이선균. / 마이데일리
배우 故 이선균. / 마이데일리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 방송연기자노동조합, 한국방송예술인단체연합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비롯한 총 29개 문화예술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성명 발표에는 봉준호, 장항준, 민규동, 이원태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의성, 최덕문, 가수 윤종신,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이사장,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영화수입배급협회 정상진 대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정상민 부대표, 한국영화마케팅사 협회 이주연 대표, 여성영화인모임 김선아 대표, 한국영화감독조합 민규동 대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송창곤 사무총장,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총장, 한국연예제작자협회 김명수 본부장,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이남경 사무국장, 한국영화감독조합 장항준 감독, 여성영화인모임 소속 곽신애 대표 등이 함께했다.

한편 앞서 이선균은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경찰 수사를 받다 지난달 27일 성북구의 한 공원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이선균은 유흥업소 실장 A씨가 건넨 약물을 수면제로 알고 투약했을 뿐 마약을 할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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