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35도인데 미친 듯이 쳤다. 불안해서 그랬던 것 같다.”
KIA 타이거즈 ‘대기만성 스타’ 이우성(30)의 야구인생은 2023년 이전과 이후로 나뉘지 않을까. 올 시즌 1루수 겸업을 선언하면서 2023년과 또 다른 환경에 뛰어들었지만, 이우성은 차분하다. 그저 묵묵히 노력한다.
이우성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스프링캠프를 차린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서 “12년째 프로 생활을 한다. (2013년 2라운드 15순위로 두산 베어스 입단) 경쟁이라는 건 좋다. 그런데 그걸 너무 신경 쓰면 내 플레이가 안 나온다. 12년간 매일 경쟁한다고 생각 해보자. 지친다”라고 했다.
경쟁을 자기발전의 건전한 동력으로 쓸 뿐,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 이우성은 1루수 겸업 시도에 대해서도 “내 야구의 발전을 위한다는 생각이다. 경쟁자들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어차피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는 것이다. 그런 선수들이 나가고 내가 못 나가면 박수 쳐주면 된다”라고 했다.
지난 12년간 백업으로 살아온 시간이 훨씬 길었다. 이우성은 자신을 더 이상 사지로 내몰지 않는다. 그는 “원래 내가 엄청 생각도 많고 소심했다. 지금도 좀 그렇지만, 그것부터 없애려고 했다. 예전에 2군에 있을 때 35도에 미친 듯이 쳤다. 35도에 치나 안 치나 똑같이 안 좋았다. 불안해서 그랬던 것이다”라고 했다.
이젠 다르다. 이우성은 자신만의 루틴을 확실하게 만들었다. “불안해도 내 몸 관리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야구장에 딱 나오면 20개 정도 딱 치고(타격연습) 쉬었다. 불안해도 쉬었다. 그래도 나빠지지 않았다”라고 했다.
이우성은 1루수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엑스트라에 야간훈련까지 소화한다. 매우 빡빡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마인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야간은 하고 싶을 때만 한다”라고 했다. 야간훈련까지 무조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렸다.
올 시즌 1루수로 자리를 못 잡으면, 사실 작년만큼 출전시간을 못 잡을 가능성이 크다. KIA 외야 뎁스가 워낙 좋기 때문이다. 1루 역시 변우혁, 오선우, 2군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칼을 가는 황대인 등 최소 3명의 경쟁자가 있다.
하지만, 이우성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이우성은 11일 1루 수비연습을 할 때 변우혁과 오선우에게 요령을 알려주며 ‘선배미’를 뽐냈다. 취재진을 향한 사람 좋은 웃음과 특유의 친절함도 여전하다. 더 이상 옛날의 불안했고 소심했던 이우성이 아니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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