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감독님이 어제 처음으로 미팅을 하는데…”
KIA 타이거즈 외야수 최원준(27)은 13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에 출근해 이범호 타격코치를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14일 같은 장소에서 만난 최원준은 “아침에 뵀는데 뭔가 좀 달랐다. 긴장을 많이 하신 것 같았다”라고 했다.
물론 그러다 말았다. 13일 훈련 분위기는 평소와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최원준은 “몰랐다. 감독님이 3루에서 미팅을 한다고 하길래 ‘아 (사령탑이)되셨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포수 김태군도 “정말 몰랐다. 미팅 10분 전에 실내연습장에서 알았다”라고 했다. 최원준도 “그 정도에 안 것 같다”라고 했다.
선수들은 놀라면서도 환영일색이었다. 두 사람도 당연히 이범호 감독을 대환영했다. 그런데 최원준의 감정은 조금 묘했다. 그는 “사실 코치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하다”라고 했다. 그럴 만하다. 이범호 감독이 1군 타격코치를 역임한 2022년과 2023년에 최원준은 상무에서 군 복무 중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6월에 전역해 복귀해서 ‘이범호 코치님’이란 말에 점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최원준은 “코치님도 어색한데 감독님이라니. 아직도 이범호 선배님이라는 말이 가장 익숙하다”라고 했다. 실제 그가 입단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다. 최원준에게 이범호 감독은 여전히 대선배님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최원준은 “감독님이 어제 처음으로 미팅을 하는데,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라고 하니 갑자기 울컥했다”라고 했다. 사실 이범호 감독이 선수 시절부터 최원준을 비롯한 후배들에게 이런 격려를 많이 해줬다는 후문이다. 최원준은 입단 초창기부터 자신을 잘 챙겨준 이범호 선배가 코치가 됐다는 것부터 감정이 묘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이 돼서 또 그런 얘기를 들으니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최원준은 “감독님은 슈퍼스타가 맞다. 그런데 항상 나 같은 어린 선수들도 잘 챙겨줬다. 아버지처럼 문자메시지도 주고 그랬다. 사실 그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전 선배님들은 ‘왜 이렇게 해’ 이랬는데, 감독님은 나보고 '넌 우리 팀의 미래야. 할 수 있어’ 그랬다. 유일하게 그렇게 말해준 분이었다. 그런 분이 갑자기 감독이 되니 마음이 이상했다. 감독님은 내가 존경하는 분”이라고 했다.
이제 최원준은 존경하는 이범호 감독을 모시고 KIA의 우승을 위해 달려야 한다. 본인 역시 지난 시즌 타격이 부진했고, 종아리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접으면서 올해 자존심 회복이 필요하다. 최원준은 “감독님이 어제까지 코치하실 때 같이 잘 준비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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