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캔버라(호주) 김진성 기자] “와우, 삼진 인정.”
14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캔버라 나라분다볼파크 불펜. 갑자기 KIA 타이거즈 ‘타격장인’ 최형우(41)가 방망이를 들고 들어섰다. 윤영철이 한창 투구하고 있는 걸 보면서 “영철아 들어가도 돼?”라고 했다. 윤영철은 “네”라고 했다.
타자들도 투수들도 윈-윈이다. 라이브피칭은 아닌데, 사실상 라이브피칭 개념이라고 봐도 된다. 타자들은 투구에 맞춰 타이밍만 잡되, 실제로 타격을 하지는 않는다. 매년 스프링캠프 불펜투구 중반 이후에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타자도 투수도 좀 더 실전에 가까운 감각을 키울 수 있다.
최형우는 윤영철의 공을 몇 차례 지켜본 뒤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엔 쉽게 타석에 들어가지 않고 ‘이 투수’를 바라만 봤다. 그러자 이날 대부분 시간을 불펜 체크에 할애한 이범호 감독이 “형우, (장)현식이한테는 안 들어가?”라고 했다.
그러자 최형우는 장현식의 공을 보기 위해 타석에 들어섰다. 곧바로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가길 살짝 주저한 이유가 드러났다. 이날 불펜에서 장현식의 구위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장현식은 팔꿈치 뼛조각 수술 이후 지난 시즌 주춤했으나 올해 쾌조의 컨디션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9일부터 KIA 스프링캠프를 취재하면서 매일 불펜을 확인했다. 정재훈, 이동걸 투수코치는 투수 개개인과 대화를 많이 한다. 그리고 투수들의 얘기도 잘 듣는다. 정확하지 않은데 그 중에서도 가장 피드백을 길게 주고받는 투수가 장현식이다.
KIA 투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최근 정재훈, 이동걸 코치가 많이 얘기하는 부분이 투구 동작에서 힘을 쓰는 타이밍이다. 장현식의 경우, 좀 더 타자 쪽으로 몸이 넘어갈 때 힘을 쓰라는 조언을 들은 상태다. 이날 좋은 투구내용의 원동력은, 결국 두 코치의 피드백을 충실히 흡수했다는 의미다.
최형우는 장현식의 투구에 감탄사를 쏟아냈다. “와우”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이후 보더라인에 꽉 차는 공이 들어오자 이범호 감독이 “이건 삼진”이라고 했다. 그러자 최형우도 “삼진 인정”이라고 했다. 심지어 장현식을 향해 ‘따봉’을 날렸다.
이범호 감독은 물론이고, 정재훈, 이동걸 코치도 그런 장현식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불펜은 피로도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작년에 잘한 투수가 수년간 일관성을 유지하며 잘 하는 게 그렇게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 때문에 스텝업 혹은 부활하는 투수가 매년 나올 때 전체적인 경쟁력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 KIA 불펜에 장현식마저 예년의 위력을 되찾으면 더욱 구성이 화려해질 전망이다. 정재훈 투수코치는 “나도 수술을 받아봤지만, 토미 존은 말할 것도 없고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아도 미묘하게 던지는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는데 1년 정도는 걸린다”라고 했다. 2022년 10월에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장현식에겐 1년4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올해 부활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캔버라(호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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