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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이동한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두고 몸값을 부풀릴 수 있는 최고의 상황이 마련됐다.
미국 'MLB.com'과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마이크 쉴트 감독은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각) 김하성과 잰더 보가츠의 포지션을 서로 맞바꾸겠다고 밝혔다. 즉 김하성을 유격수로 활용, 보가츠를 2루수로 활용하겠다는 뜻이었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데뷔 2년차 때부터였다. 직전 시즌 내셔널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품에 안았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오프시즌 손목 골절상을 당한데 이어 금지약물 복용으로 인해 80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게 되자, 샌디에이고는 당시 '특급유망주'로 불리던 CJ 에이브람스(現 워싱턴 내셔널스)를 키울지, 4+1년 3900만 달러(약 521억원)의 계약을 맺은 김하성에게 기회를 줄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샌디에이고는 에이브람스를 키우는 것보다 김하성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택했고, 선택은 완벽히 적중했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의 지지 속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고, 그해 150경기에 출전해 130안타 11홈런 59타점 12도루 타율 0.251 OPS 0.708의 성적을 남겼다. 데뷔 첫 시즌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준 것이었다. 게다가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기쁨도 맛봤다. 수상과 연이 닿지 않았으나, 그해 유격수들 중 TOP 3안에 김하성이 포함된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런 김하성에게 변화가 생긴 것은 2022-2023년 겨울이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비롯해 부상과 징계에서 복귀를 앞두고 있는 타티스 주니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최대어'로 불리던 잰더 보가츠와 11년 2억 8000만 달러(약 3739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교통정리가 불가피해진 샌디에이고는 보가츠에게 유격수 자리를 맡기고, 김하성을 2루수, 타티스 주니어를 외야수로 옮겼다. 이 선택은 어떻게보면 김하성에게는 호재였다.
수비의 부담을 덜어낸 김하성은 지난해 152경기에 출전해 140안타 17홈런 38도루 타율 0.260 OPS 0.749로 다시 한번 도약에 성공했다. 특히 시즌 중·후반까지는 샌디에이고 공격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뒤 김하성은 내션러리그 유격수와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로 꼽혔고, 유틸리티에서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아시아 출신의 내야수가 메이저이그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것은 김하성이 사상 최초였다.
이러한 활약들로 인해 김하성의 가치는 2년 동안 절정을 찍었다. 김하성은 2022시즌이 끝난 후에도 메이저리그 수많은 구단들로부터 '트레이드 매물'로 관심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 샌디에이고가 지난 겨울 무리한 지출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김하성이 +1년의 뮤추얼(상호 동의)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등 상황에 놓이게 되자 수많은 구단들이 김하성을 탐내고 있다.
올해 초 메이저리그의 이적 소식을 주로 전하는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김하성이 17개 구단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고, 현지 복수 언론들은 김하성이 FA 시장에 나올 경우 1억 달러(약 1336억원) 이상의 잭팟 계약을 품에 안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김하성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김하성이 다시 한번 '주 포지션'인 유격수로 뛴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샌디에이고는 보가츠를 영입하면서 '공격력'에서 큰 기대를 걸었는데, 지난해 활약은 분명 실망스러웠다. 타율 0.285 OPS 0.790의 성적은 지난 2017년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공격력에서도 아쉬움이 컸는데, 수비적인 리스크까지 떠 안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보가츠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면서 공격력 극대화를 노리고, 더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김하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보장된 것이 아니다. 쉴트 감독은 김하성을 유격수로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확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뉴욕 포스트'는 "그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계획이 폐기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고 설명, 사령탑 또한 "100% 확정이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령탑은 "보가츠가 지금 모든 것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유틸리티 부문에서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이라는 엘리트 수비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쉴트 감독의 결단은 김하성 입장에서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공·수에서 지난해와 같은 활약만 펼쳐주더라도 FA 시장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 2루수에서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이 전망되고 있는 김하성이 유격수로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그 가치는 수직상할 수 있다. 지난 2022-2023년 겨울 FA 시장에 나온 유격수 자원들을 비롯해 최근 캔자스시티 로얄스와 연장계약을 체결한 바비 위트 주니어의 가치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에 입성했을 당시 보장금액은 2800만 달러(약 521억원)에 불과했던 김하성. 하지만 불과 3년 만에 자신의 가치를 1억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올해 유격수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2억 달러의 초대형 계약도 결코 꿈은 아닐 것이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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