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체력이 만사

노브레인 콘서트. /록스타뮤직앤라이브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지난 주말 서교동에 나갔다. 실로 오랜만에 외출이라 날씨보다 두껍게 입었는지 조금 걷자 금세 땀이 났다. 나보다 스무 살쯤은 어린 친구들이 삼삼오오 웃고 떠들며 거니는 게 보였다. 부럽기도 하고 살짝 질투가 나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나이를 먹었나 보다.

이번 서교동 나들이 목적은 바로 밴드 ‘노브레인’의 콘서트. 스탠딩 공연이라 입장 순서대로 뒤쪽에 자리를 잡고 서 있자니 나처럼 혼자 온 사람도 꽤 있었다. 처음에는 괜스레 쭈뼛대던 나도 공연 시작 후 몇 곡을 따라 부르다 보니 이내 적응이 됐다.

문제는 허리였다. 나도 다른 관객들처럼 방방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도 저렇게 잘만 뛰고 즐기는데…. 나는 슬램을 하는 무리에 섞일까 봐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몇 주 전부터 말썽인 허리 때문이다. 공연 20분부터는 맘껏 즐기지 못했다. 그랬다간 허리 디스크로 비명을 지르고 자리에 주저앉게 될 게 분명했다.

역시 노는 것도 건강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자주 골골대던 나다. 절친이 “한창 빌빌대던 십 대 때 너를 떠올리면 지금 이렇게 밥벌이하고 사는 게 용하다”고 할 정도다.

그나마 혈기방장하던 이십 대와 삼십 대 때는 모든 체력을 일하는 데 바쳤다. 삼십 대 후반부터 여기저기 탈이 났고 마흔이 넘자 이제 놀고 싶어도 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작년 초 1인 출판사를 창업하면서 나는 운동과 건강한 식단으로 체력을 좀 기르리라 결심했다. 그런데 웬걸. 회사 다닐 때보다 시간은 좀 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일이 너무 많다.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이 되면 밥 먹자는 사람이 있어서 식사라도 제때 챙길 수 있었다. 반면에 혼자 일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빵이나 군것질로 식사를 때우는 일이 많아졌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짬이라도 날 것 같으면 운동하기보다 인스타 관리에 시간을 쏟는다.

대부분 직장인이 그렇지만 북에디터는 특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잘못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다 보니 목이나 허리 디스크 하나쯤은 다 갖고 있다. 나 역시 삼십 대 중후반부터 허리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체력을 쥐어짜 책 한 권을 마감하고 나면 큰 몸살을 앓는 건 예삿일이다. 운동할 체력조차 남아 있지 않다.

많은 이들이 이런 상황을 공감하겠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디까지나 핑계임을 안다. 노브레인 이성우는 빡빡한 스케줄 가운데서도 매일같이 운동한다고 한다. 무대에 계속 서기 위해서다. 하루 두 번 반려견 산책만으로도 꽤나 운동이 될 텐데, 따로 유산소나 근력 운동을 더 한다. 어릴 때는 골골댔다고 하는데 그런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기타를 배우면서 나는 밴드 공연을 더 많이 찾아다니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때마다 저질 체력을 탓하고 늦은 밤 허리 찜질을 하며 끙끙대고 있을 걱정이 앞선다. 어쩌다 하루, 공연장을 찾아 놀 체력도 없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따지고 보면 매일 기타줄 튕길 꾸준함이 있으니 운동도 신경을 쓰면 될 일이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또 다짐을 해본다. 체력을 기르자. 다음 노브레인 콘서트 때는 펄펄 날아야지.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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