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바꿔주겠지.”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부임 직후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부담 없이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투구가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후속 투수가 막아준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던지라는 얘기였다.
이범호 감독의 이 얘기는 이 투수를 제외한 모든 투수에게 적용된다. 예외인 투수는 클로저 정해영(23)이다. 마무리투수는 흔히 말하는 ‘뒤’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위기에서 교체되고 후속 투수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건 그 경기를 사실상 내준다는 의미다. 마무리투수가 다른 투수보다 더 강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해영은 3년 연속 20세이브를 달성하며 타이거즈 세이브 역사를 바꿨다. 개인통산 90세이브다. 올해 10세이브를 보태면 최연소 100세이브의 주인공이 된다. KBO리그에서 그 어떤 마무리투수보다 세이브 적립 속도가 빠르다.
올해 정해영에겐 기회다. 팀 전력이 좋기 때문에 세이브를 많이 따낼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러나 정해영은 캔버라에서 목표는 세이브가 아닌, 블론세이브 최소화라고 했다. 세이브는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상황과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야수들의 도움이 필수다.
바꿔 말하면 정해영은 단순한 기록보다, 경기내용을 중시한다. 2023년에도 52경기서 3승4패23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92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또 어거지(억지)로 (세이브)했다”라는 말을 몇 차례 들었다.
공이 빠르지 않은 정해영이 타자들을 압도하는 맛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3년간 WHIP는 1.18, 1.29, 1.48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피출루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작년 정해영의 패스트볼,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각각 0.291, 0.290이었다. 높은 편이었다.
결국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서 이 고민을 들여다봤다고 봐야 한다. 정해영 역시 다른 KIA 투수들처럼 효과가 좋았다고 얘기했다. 실제 캔버라에서 불펜 투구를 할 때부터 “작년보다 구위가 좋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해영은 28일 일본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대외 세 번째 연습경기서 3-0으로 앞선 9회말에 등판, 1이닝을 공 8개로 마무리했다. 패스트볼 최고 144km에 슬라이더도 134km까지 나왔다. 4개씩 고루 섞었다. 스피드 자체는 2023시즌 평균과 비슷하게 올라왔다.
단 1이닝, 공 8개였으나 롯데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졌고, 커맨드가 잘 됐다. 투구 템포도 확연히 빨라진 모습. 정해영의 변화는 더 많은 표본을 통해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아버지 정회열 전 배터리코치처럼 한국시리즈 우승반지 획득에 진심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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